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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부 아직 경기바닥론 논할때 아니다

Posted May. 08, 2009 08: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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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부가 한국 경제를 둘러싼 위험요인이 상존하고 있다고 강조하면서 몇몇 호전된 경제지표를 근거로 제기되고 있는 경기 바닥론을 경계하고 나섰다. 특히 경기 부양을 위해 풀린 유동성이 투자나 생산 활동으로 흘러드는 대신 증시, 부동산으로 몰리면서 부작용이 생길 수 있다고 보고 시중자금의 흐름을 집중 점검하기로 했다.

정부는 7일 정부과천청사에서 이명박 대통령 주재로 비상경제대책회의를 열었다. 이날 회의에서 정부는 확장적인 거시정책에 힘입어 경기 급락세가 진정되고 있으나 회복 강도가 아직 약하고 대외 여건이 불확실해 경기회복 추세가 지속될 것으로 예단하기 어렵다고 현재의 경제 상황을 진단했다. 이날 이 대통령도 10년 전 외환위기 때 샴페인을 너무 일찍 터뜨렸다는 지적을 받았다. 이번에는 그런 실수를 반복해서는 안 된다며 조기 회복론에 경계심을 내비쳤다.

민간의 자생적 경기회복력 떨어져

전월 대비 광공업 생산이 최근 3개월 연속 증가하고, 작년 동월 대비 수출 감소폭이 축소되는 등 긍정적 신호에도 불구하고 정부가 신중 모드를 고수한 것은 각 경제주체가 재정지출 확대 등 정부 거시정책의 효과를 경기회복의 신호로 오인할 수 있다는 판단 때문이다.

윤종원 기획재정부 경제정책국장은 1분기(13월)에 정부 부문이 경제성장률에 1.5%포인트 기여했지만 민간 부문의 기여도가 5%포인트로 부진해 작년 동기 대비 한국의 경제성장률이 4.3%에 머물렀다고 설명했다. 정부 지출효과 등을 뺀 민간 부문의 자생적 경기회복 능력은 여전히 미흡하다는 뜻이다.

기업과 가계의 부채비율이 선진국에 비해 여전히 높은 점도 경기회복을 낙관할 수 없는 대목이다. 지난해 말 기준으로 한국의 국내총생산(GDP) 대비 기업 부채비율은 112.8%로 미국(77.0%) 일본(102.1%) 영국(112.9%)보다 높았다. 윤 국장은 외국의 기업들이 경제위기 이후 구조조정으로 몸집을 가볍게 하고 있지만 한국 기업들은 환율 효과와 정부의 금융지원 혜택에 기대어 체질 개선 노력을 상대적으로 소홀히 했을 가능성이 있다고 말했다.

이에 따라 정부는 민간 부문이 자생적인 경기회복 능력을 보일 때까지 재정지출을 늘리고 예산을 조기에 집행하는 등 확장적인 거시정책을 유지하기로 했다. 과도하게 풀린 유동성을 빨아들이는 등의 출구전략(Exit Strategy)도 경기회복이 가시화된 뒤에 추진하기로 했다.

자금 흐름 모니터링 강화

최근 미국 달러화 수급이 개선되고 주가가 상승하면서 금융시장이 급속히 안정세를 되찾고 있지만 아직 안심하기는 이르다는 게 정부의 시각이다. 미국 최대의 자동차회사인 제너럴모터스(GM)의 파산 가능성, 미국 은행들의 스트레스 테스트 결과 등 국내 금융시장에 충격을 줄 수 있는 외부 불안요인들이 상존하고 있기 때문이다.

불어난 유동성이 부동산, 증시로 쏠리면서 자산가격이 들썩이는 것도 정부로서는 부담스러운 부분이다. 다만 경기 부진이 이어지고 있고, 자금 조달에 어려움을 겪는 중소기업들이 적지 않은 만큼 시중 자금을 환수하는 등 즉각적인 조치는 취하지 않되 자금 흐름을 면밀히 점검하는 쪽으로 방침을 정했다.



차지완 cha@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