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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에도 타워팰리스 있다

Posted April. 24, 2009 03: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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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한에도 타워팰리스라고 불릴 만한 초호화아파트가 등장했다. 돈을 번 부유층의 소비욕구는 북한이라고 예외가 아닌 것이다. 한쪽에선 여전히 초목을 캐먹는 사람들이 많으며 아사자도 발생하고 있다. 만민평등의 사회주의를 표방하는 북한에서 갈수록 심화되는 부익부빈익빈의 현주소를 진단해본다.

노동당 간부도 입주 엄두 못내

1991년 북한 최초 자유경제무역지대로 지정된 함경북도 나진-선봉 시에는 지난해 4만 달러짜리 아파트가 등장했다. 지방 당국이 땅을 제공하고 중국 업체가 건설한 뒤 분양수익을 함께 나누는 방식으로 건설됐다. 최근 들어 거의 모든 주택들을 돈으로 거래할 수 있는 북한에서 2만 달러 이상 아파트가 등장한 것은 처음이다.

5층 10가구짜리 이 아파트의 가구별 면적은 300m. 평양 광복거리에 있는 초호화 아파트도 200m이 넘지 않는 것을 감안하면 상당한 대형이다. 여기에 중국 회사가 나진-선봉에서 직접 생산하는 전기를 단독 공급받아 정전이 되는 일은 없으며, 냉수는 물론 온수까지 콸콸 나온다. 양변기와 욕조에 소파 커튼까지 갖추었다. 북한에서는 상상할 수 없는 편의시설을 갖춘 셈이다. 완공 뒤 호화로움에 놀란 북한 지방간부들이 보는 눈들이 많은데 다시는 이런 아파트가 건설되면 안 되겠다고 말할 정도라고 북한 소식통은 전했다.

이 아파트는 인기가 높아서 분양가는 4만 달러였지만 웃돈을 얹어주고 4만5000달러에 산 사람도 있었다는 것. 북한에서 부유층은 주로 달러로 거래한다. 1달러는 북한 돈으로 3700원 정도여서 큰 거래일 경우 부피가 많은 데다 북한 돈은 매일 가치가 떨어지기 때문이다. 고급아파트들은 주로 노동당 간부들 몫이지만, 이 아파트는 워낙 비싸 합법적으로 돈을 벌었음을 증명할 수 있는 외화를 버는 기업사장들이 주로 입주했다고 한다. 이곳에 입주한 한 사장은 어차피 우린 감시받고 사는데 내일 죽더라도 이런 아파트에 한번 살다 죽겠다고 말했다고 소식통은 전했다. 그는 북한엔 수십만 달러를 갖고 있는 부유층이 많지만 눈치를 보며 살다보니 이번처럼 호화주택에 입주하는 대담한 경우는 드물다고 덧붙였다.



주성하 zsh75@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