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풀린 돈 힘으로 끓어오른 주가 개미들 화상 주의보

풀린 돈 힘으로 끓어오른 주가 개미들 화상 주의보

Posted April. 13, 2009 08:5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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갈피를 잡지 못하는 것은 장 씨만이 아니다. 지난해 말 코스피 900 선이 무너져 시장이 패닉(심리적 공황)에 빠졌을 때 저가 매수의 기회를 놓친 상당수 개인투자자(개미)가 추격 매수와 관망이라는 선택의 기로에서 망설이고 있다. 투자자들의 갈등은 풍부한 시중 유동성이 빚어낸 증시의 거침없는 상승 때문이다. 코스피는 지난달 초 이후 30% 가까이 올랐고 주식형펀드 중에는 최근 한 달 수익률이 30%가 넘는 대박 상품이 속출하고 있다. 증시 주변에서는 경기침체 속에 주가가 급등하는 현상이 과연 정상적인 것인지, 이런 시기에 투자전략은 어떻게 짜야 하는지 등을 놓고 갑론을박이 한창이다.

코스피, 달러화 기준 최고 상승률

12일 삼성증권이 3월 저점 이후 최근까지 주요국의 증시 등락률을 조사한 결과 한국의 코스피는 지난달 2일부터 이달 9일까지 29.20% 올랐다. 이는 러시아 RTS지수(50.34%), 홍콩 항셍지수(31.35%)에 이어 세 번째로 높은 상승률이다. 경기부양책에 대한 기대로 연초 이후 꾸준히 상승했던 중국의 상하이종합지수는 같은 기간 상승폭이 14.89%에 그쳤고 금융위기가 다소 누그러진 미국의 다우존스산업평균지수도 23.47%로 코스피에 미치지 못했다.

각국의 지수 변화를 달러화 기준으로 살펴보면 코스피는 거의 독주하는 양상을 보이고 있다. 이 기간에 달러화 기준으로 환산한 코스피 상승률은 54.23%로 주요국 중 가장 높았다. 한때 달러당 1500원대를 넘어섰던 원-달러 환율이 하향 안정(원화가치 상승)되면서 달러로 표시한 한국 기업의 주가가 그만큼 더 비싸졌기 때문이다. 달러를 갖고 들어와 한국 주식을 산 외국인 투자자는 원화가치 상승과 주가상승 효과를 모두 본 셈이다.

지수가 급등하면서 최근 한 달간 30% 이상의 수익률을 낸 펀드도 드물지 않게 나오고 있다. 펀드평가사 제로인에 따르면 10일 기준으로 1개월 수익률이 30% 이상인 국내주식형펀드는 삼성투신운용의 삼성금융강국코리아주식전환형자2(37.08%) 등 5개나 된다. 펀드의 최고 호황기였던 2006년에도 단기 수익률이 이렇게 높은 펀드는 흔치 않았다.

증시의 과열 양상은 거래대금의 증가세로도 확인된다. 코스피와 코스닥을 합한 전체 주식시장의 거래대금은 9일과 10일 이틀 연속 12조 원을 돌파하며 연중 최대치를 경신했다. 삼성증권은 10일 보고서에서 거래대금이 10조 원을 넘어가면 주가조정이 나타난 과거 사례를 볼 때 단기급등에 따른 시장 과열을 의심해볼 수 있다고 지적했다.

지금은 과열 국면, 차익실현 조금씩 해나가야

이 같은 증시의 상승랠리는 많은 전문가가 언젠가 한 번은 올 것이라고 오래전부터 예상해 온 국면이다. 경기침체에 대응하기 위해 각국이 경쟁적으로 금리를 내리면서 돈을 풀었고, 신용경색이 완화될 조짐을 보이면서 은행에만 머물던 시중자금이 증시로 유입돼 지수를 밀어올리고 있는 것이다. 여기에 마땅한 투자처를 찾지 못한 외국인 투자자들이 상대적으로 우량한 한국 주식을 사들이면서 국내 증시의 유동성 장세가 예상보다 빨리 나타나고 있다.

금융투자협회에 따르면 투자자들이 주식을 사기 위해 증권사에 맡겨둔 고객예탁금은 9일 현재 15조483억 원으로 지난해 말에 비해 6조 원 가까이 늘었다. 이종우 HMC투자증권 리서치센터장은 경제지표의 추락 속도가 둔화되는 때가 오게 마련인데 지금이 그때라고 본다며 돈의 힘이 주가를 끌어올리는 유동성 장세라고 분석했다.

글로벌 금융회사의 실적이 개선될 기미가 보이고 미국의 소비와 주택매매 등 일부 경기지표가 반등세로 돌아서는 등 실물경제 회복에 대한 기대감으로 주가가 오른 측면이 있는 것도 사실이다. 하지만 전문가들은 지금 장세가 과열 국면임은 분명하다고 입을 모으고 있다. 또 현재의 경제 상황에서 급등세가 계속될 수는 없는 만큼 조금씩 차익실현을 해나가면서 현금화할 필요도 있다고 조언했다. 김학균 한국투자증권 연구원은 지금 지수는 박스권의 상단 부분으로 보이며 주가도 기업 이익과 대비했을 때 결코 싸다고 볼 수는 없다며 이번 상승기를 놓친 투자자들은 뒤늦게 뛰어들지 말고 주가가 한 차례 조정을 받을 때 투자하는 것이 낫다고 말했다.



유재동 이서현 jarrett@donga.com baltika7@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