졸업에 필요한 학점을 모두 이수하고도 대학을 계속 다니는 신() NG(No Graduation) 족이 크게 늘고 있다. 10여 년 전 외환위기로 고용시장이 얼어붙자 당시 대학가에는 해외연수를 떠나거나 각종 자격증을 따기 위해 휴학하는 관행이 확산되면서 이른바 5년차 대학생이 쏟아졌다. 이제는 글로벌 금융위기에 따른 극심한 경기침체로 6년차 대학생까지 생겨나는 것이다.
동아일보 경제부가 전국의 주요 대학 30여 곳을 조사한 결과 추가학점 신청으로 졸업을 미룰 수 있는 졸업연기제를 운영하는 학교는 연세대 등 10여 곳으로 나타났다.
이 가운데 올해 졸업연기신청자 집계가 끝난 건국대 등 6개 대학의 졸업연기자 수는 1513명으로 지난해 874명에 비해 73% 증가했다. 졸업생 대비 졸업연기자 수의 비율도 지난해의 5.79%에서 올해 10.23%로 두 배 가까이 상승했다.
건국대는 지난해 말과 올해 초 졸업 연기를 신청한 학생 수가 277명으로 지난해의 144명에 비해 89.3% 증가했다. 연세대는 이미 800명을 넘어섰다.
지방대의 상황도 심각하다. 부경대는 신청자가 242명에서 655명으로 2.7배 늘었고, 아주대는 108명에서 151명으로 39.8% 증가했다.
졸업연기제는 휴학을 하거나 필수 과목을 일부러 수강하지 않는 등 편법으로 졸업을 기피하는 NG족이 늘어나자 각 대학이 궁여지책으로 도입한 제도. 이 제도를 이용하면 학생들은 최소 등록금의 6분의 1(50만60만 원)만 내고 재학생 신분을 유지할 수 있다. 1학점짜리 한 과목을 신청하는 학생도 상당수다.
졸업을 미루는 대학생의 증가로 4학년 재적 인원과 26세 이상 대학생 비율이 꾸준히 높아지고 있다. 교육통계연보에 따르면 4학년 학생 비율은 2004년 21.5%에서 매년 상승해 2008년 4월 현재 23.1%를 차지했다. 26세 이상 학생 비율도 2004년 6.1%에서 2008년에는 6.7%로 높아지는 추세다. 대학생 15명 가운데 1명은 사회 진출이 또래보다 현격하게 늦은 올드 보이인 셈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