Go to contents

[사설] 비상경제정부 깃발 걸고 일자리 숫자놀음하나

[사설] 비상경제정부 깃발 걸고 일자리 숫자놀음하나

Posted January. 06, 2009 06:28,   

ENGLISH

예산으로 29만개 일자리를 만들겠다는 정부 대책은 숫자에 거품이 끼어 신뢰가 가지 않는다. 어느 현장에서 얼마나 일자리를 늘리겠다는 구체성이 부족하고 기존 일자리까지 주먹구구식으로 합쳐놓았다. 숫자만 부풀려놓고 예산조차 반영되지 않은 대책도 있다. 허드렛일이나 다름없는 단기 아르바이트까지 포함시켰다니 일자리를 용돈 벌이 쯤으로 생각한 모양이다.

학교를 졸업한 청년들은 직장을 못 구해 방황하고 일자리를 잃은 노인이 투신자살하고 있다. 이런 절박한 상황에 대한 인식이 정부의 일자리 대책에 보이지 않는다.

4대강 정비사업에서 6만3000개의 일자리를 만든다고 하나 중장비를 쓰지 않고 삽과 곡괭이로만 한다면 몰라도 현실성이 떨어진다. 8만여 개나 된다는 청년인턴제는 준비가 부족하다. 이중에는 중소기업인턴 2만5000명이 포함돼 있으나 정작 중소기업들은 마땅히 시킬 일도 없고 인턴 임금을 줄만한 자금도 부족하다. 가뜩이나 모자란 일자리 창출예산은 부정 수급으로 줄줄 새는 형편이다. 폐업위기에 몰린 자영업자를 돕는다는 대책은 법령 개정이 늦어져 하반기에도 실시될지 모르겠다.

11년 전 외환위기 직후 보다 결코 가볍지 않은 경제상황에서 정부의 손과 발이 너무 굼뜨다. 올 14분기(13월)부터 불황과 기업구조조정이 본격화하면 기존 일자리 유지도 어렵게 생겼다. 고용 사정은 그야말로 비상이다. 이름은 비상경제정부라고 거창하게 내걸어놓고서도 일자리 대책에서는 비상한 의지가 보이지 않는다.

노무현 정부는 2004년 청년 실업이 급격히 늘자 5년간 일자리 200만개를 만들겠다고 발표해놓고 일자리가 되레 줄어들어 말로만 하는 정부라는 불신을 자초했다. 이러다가는 이 정부도 지난 정부의 실패를 되풀이 하지 말라는 법이 없다. 비상경제정부라면 일자리 숫자놀음은 그만하고 현장에서 실제 일자리를 늘리는데 정권의 사활을 걸어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