Go to contents

동대문시장, 불황그늘에 고환율햇살

Posted December. 08, 2008 05:16,   

ENGLISH

7일 밤 서울 중구 신당동에 있는 동대문시장 신평화패션타운 2층.

복도 중앙에 걸린 환율 정보 전자게시판에는 달러 1475.5, 엔화 1599.63을 표시하는 빨간 불빛이 깜빡거렸다. 그 앞을 러시아인과 일본인이 잰걸음으로 오갔다.

글로벌 금융위기와 맞물려 원화 가치가 폭락세를 보이면서 의류산업의 메카인 동대문시장의 풍경은 이전과 달라졌다. 내국인 손님이 자취를 감춘 반면 외국인들의 모습이 크게 늘었다.

다시 한국 찾는 러시아 상인

요즘 동대문시장에는 1990년대 중반 옛 동대문운동장을 중심으로 러시아촌을 형성할 정도로 거래가 활발했던 러시아 상인들의 발길이 부쩍 잦아졌다.

광희1동 동대문운동장역 7번 출구 맞은편 러시아촌에서 여성의류를 도매하는 정모(40) 씨는 10년 만에 러시아 상인들이 다시 찾고 있다. 보따리 무역은 나라 경제와 반대로 간다더니 환율이 급등하면서 세대 교체된 상인들이 몰리고 있다고 말했다.

원화가치가 급락하면서 러시아 상인들은 지난해보다 4분의 3정도 싼 가격으로 물건을 살 수 있게 됐기 때문이다.

양말, 스타킹 등을 도매하는 고려인 3세 박 라리사(54) 씨는 러시아 바이어가 최근 10% 정도 늘었다. 모스크바, 블라디보스토크 등에서 온 보따리상들인데 그들 덕분에 한창 때만큼은 아니지만 매출이 늘었다고 밝혔다.

큰손 일본인 관광객이 활로

씀씀이가 큰 일본인 관광객도 동대문시장의 숨통을 트이게 하고 있다.

일본여행업협회(JATA)에 따르면 12월 한국을 찾은 일본인 관광객은 지난해 같은 달에 비해 68%나 늘었다. 동대문시장은 일본인 관광코스 중 필수 코스다. 이들은 옷 가격이 엔고로 반값이 되자 주저 없이 지갑을 열고 있다.

쇼핑몰 두타의 마케팅팀 전창수 차장은 8, 9월 대비 10, 11월 일본인 관광객이 22.5배 늘었다. 경기 침체로 어려운 상황인데 일본인 관광객 특수로 선방()하고 있다고 말했다.

쇼핑몰 밀레오레의 점주 김모(40여) 씨는 국내 소비는 꽁꽁 얼어붙었다. 요즘 같은 때에 20만30만 원어치씩 사가는 일본인 관광객이 큰손이라며 일본인 손님을 잡기 위해 일본어 회화 공부를 열심히 하고 있다고 말했다.

쇼핑몰들은 일본인 관광객을 위한 별도의 안내창구를 설치하고 일본어로 된 쇼핑안내 설명서를 비치하는 등 일본인 고객 유치에 열을 올리고 있다.

동대문외국인구매안내소 고동철 소장은 중국 영국 미국 요르단 일본 등에서 외국인 바이어가 오지만 이 중 일본 바이어가 90% 정도를 차지한다. 일본인 손님이 동대문시장의 활로라고 말했다.

유통업계 외국 손님을 잡아라

다른 지역 쇼핑몰과 대형 마트 등도 사정은 마찬가지다. 유통업계는 외국인 대상 서비스를 강화하며 손님 잡기에 나서고 있다.

인근에 이태원동과 한남동 등 외국인 밀집지역을 둔 서울 용산구 한강로 아이파크몰은 외국어 안내방송 횟수를 늘렸다. 8월부터 하루 5차례 영어 일본어 중국어 등의 안내방송을 해 온 이 쇼핑몰은 이달 들어 안내방송을 하루 10차례로 늘렸다. 또 환전 서비스 범위를 미국 달러와 유로에서 일본 엔화, 중국 위안화로까지 확대했다. 달러와 유로화는 직접 대금으로도 받는다.

롯데마트 서울역점은 일본인 고객을 위한 통역 도우미를 상주시키고 있다. 김, 김치 등 한국 식품을 사려는 일본인이 붐비는 덕분이다. 마트 측은 전체 외국인 고객의 절반 이상이 일본인이라며 김 매장 판매대 크기도 늘리고, 한국 전통 기념품 매장도 최근에 새로 만들었다고 말했다.



황형준 주성원 constant25@donga.com swon@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