Go to contents

살아있는 프랑스의 지성 아시아 문화-불교에 심취

살아있는 프랑스의 지성 아시아 문화-불교에 심취

Posted November. 29, 2008 04:09,   

ENGLISH

구조주의 인류학의 창시자 클로드 레비스트로스(사진)가 28일 100번째 생일을 맞았다.

아카데미 프랑스는 하루 앞서 27일 축하 성명을 발표하면서 아카데미 프랑스 384년 역사상 살아서 100번째 생일은 맞은 회원은 레비스트로스가 처음이라고 밝혔다.

철학에서 인류학까지, 음악 미술에서 요리까지 자신의 다양한 관심을 학문 속에 담아낸 레비스트로스는 프랑스 지성사에서 루소 이래 가장 박식한 학자로 꼽힌다.

원시인의 신화적 사고도 서구인의 과학적 사고와 마찬가지로 논리적인 구조를 갖고 있다고 밝혀 서구 우월주의에 제동을 건 인류학자로도 유명하다.

프랑스 축하 물결=프랑스 정부는 28일 원시예술박물관 케 브랑리에서 레비스트로스관 개관식을 갖고 탄생 100주년 기념 전시회와 콜로키움(학술 발표회)을 열었다.

케 브랑리는 특히 레비스트로스가 기증한 컬렉션 1478점을 전시했다. 그가 1930년대 브라질 상파울루대 초빙교수 시절 두 차례에 걸쳐 아마존 밀림의 원시부족을 탐사하면서 직접 모은 물건이다. 그는 이때의 탐사 경험을 바탕으로 문명비판서 슬픈 열대를 써서 명성을 얻었다.

콜로키움에는 베르나르 앙리 레비, 줄리아 크리스테바 등이 참여했고 크리스틴 알바넬 문화장관, 발레리 페크레스 고등연구장관 등이 얼굴을 비쳤다.

프랑스와 독일 합작 TV 아르테는 27일 낮 12시부터 밤 12시까지 12시간에 걸쳐 레비스트로스를 회고하는 프로그램들을 내보냈다. 1960년대 이래 레비스트로스가 행한 인터뷰 내용을 모아 새로 제작한 레비스트로스 자신이 설명하는 레비스트로스 등을 선보였다.

공영방송 프랑스5는 24일 슬픈 열대의 주인공인 남비과라족과 5년간 생활한 브라질 인류학자 마르셀루 포르탈레자 플로레스가 지난해 찍은 필름을 소개해 눈길을 끌었다. 이 필름에는 포르탈레자가 한 늙은 남비과라족에게 70년 전 당신들을 만나러 온 백인을 기억하느냐고 묻는 장면이 나온다. 이에 대해 남비과라족 노인은 물론이다. 그는 우리와 아주 사이좋게 지냈다. 그는 우리가 만드는 모든 것에 관심을 기울였다고 말했다.

레비스트로스 근황=레비스트로스는 1992년 보기 듣기 읽기 출간을 끝으로 사실상 저술 활동을 접었다. 음악광으로 특히 라모와 바그너의 음악을 좋아한 그는 파리 저택에서 오페라를 보며 소일해 온 것으로 알려졌다.

그는 자서전은 쓰지 않았다. 그 대신 지성사 전문가인 철학자 디디에 에리봉이 그와의 인터뷰를 통해 가까이서 또 멀리서란 일종의 결산서를 1988년 펴냈다. 이 책은 20년 뒤인 올해 다시 출간됐다.

그는 올해 라 플레야드 총서에 이름을 올렸다. 라 플레야드판()으로 자신의 주요 저작을 출간하는 것은 모든 프랑스 문인의 꿈. 특히 살아서 이 꿈을 이루는 것은 드문 일이다. 말년에 아시아 문화에 관심을 갖게 된 레비스트로스는 2005년 마지막이 된 인터뷰에서 불교에 뒤늦은 관심을 표명했다.

그는 1981년 정신문화연구원(현 한국학중앙연구원)의 초청으로 20일간 경북 경주시와 통도사 등을 돌아보기도 했다.



송평인 pisong@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