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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설] 국민 빚보증 받는 은행들은 책임과 의무 다 아는가

[사설] 국민 빚보증 받는 은행들은 책임과 의무 다 아는가

Posted October. 21, 2008 09:3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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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부가 달러를 해외에서 빌려오는 은행에 총 1000억 달러의 지급보증을 해주는 1019 금융시장 안정대책을 내놓은 것은 돈줄이 마른 은행에 유동성을 공급하고 실물부문으로 확산되는 충격을 최소화하기 위한 것이다. 은행에 실탄(원화 공급)과 방패(지급보증)를 지원한 비용은 11년 전 외환위기 때처럼 국민 세금에서 나간다.

은행들은 과거와 같은 잘못을 되풀이했다. 예금 금리보다 높은 금리에 돈을 빌려주면서 편하게 돈 장사를 하던 은행들은 과다한 외형 경쟁을 벌였다. 은행들은 과도한 자산 불리기를 통해 대출을 2004년 말 536조원에서 올해 9월말엔 838조원으로 56%나 늘렸다. 단기자금을 조달해 장기로 운용하는 미스매치(만기 불일치) 영업행태도 외환위기 때와 달라지지 않았다. 이 때문에 국제금융시장 위기로 달러가 회수되자 국내 은행들은 내년 6월까지 만기가 되는 800억 달러를 갚는데도 허덕이고 있다. 민간기업 같으면 유동성 부족으로 흑자부도 위기로 몰릴 수 있는 상황이다.

외국 발() 위기라지만 공적자금 덕에 튼튼해진 재무구조를 바탕으로 한해 수조원의 이익을 내면서도 리스크 관리를 소홀히 한 잘못이 크다. 지급보증을 해주더라도 은행의 모럴해저드(도덕적 해이)를 시정할 필요가 있다. 과거에도 은행들은 외환위기에서 벗어나자 나누어 먹기 잔치를 벌였다. 12개 금융공기업들이 시중은행보다 더 높은 임금을 지급했고 성과급도 규정보다 많이 지급했다. 우리금융지주는 2005년 공적자금을 절반도 못 갚은 상황에서 당시 황영기 회장 등 임원 49명에게 163만여 주의 스톡옵션을 부여하려다가 따가운 눈총을 받고 포기한 적이 있다.

미국 영국도 은행 지원에 앞서 일정수준 이상의 자본 확충 등 자구노력을 하고 배당금 및 임원급여 산정 때 정부 규제를 받아들이라는 조건을 걸었다. 세금 지원은 공짜가 아니라는 것을 국내 은행에 확실히 인식시켜야만 한다. 은행들은 위기에서 벗어나면 강도 높은 경영 합리화에 나서 국민에게 진 빚을 갚아야 할 것이다. 언제나 제몫 이상으로 챙기기에 바쁜 금융노조도 경영 합리화에 협조할 수 있도록 압박할 필요가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