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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콩가루 정권

Posted August. 04, 2008 03: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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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월 말 한나라당 원내대표로 홍준표 의원이 선출됐을 때 주위의 평가는 기대 반, 우려 반이었다. 검사와 국회의원을 지내면서 굳힌 강성 이미지에다 좌충우돌 식의 언행 때문이었다. 그런 성향이기에 쇠고기 문제로 꽉 막힌 난국을 시원히 뚫어줄 것이란 기대가 있었고, 야당이나 정부와 불필요한 마찰을 초래해 사고를 칠 것이란 우려도 있었던 것이다. 그런데 겨우 2개월여 만에 기대는 못 채우고, 사고만 쳤다. 국회 원() 구성 협상 하나 매듭짓지 못한 채 집안 분란만 초래했기 때문이다.

홍 원내대표는 민주당을 국회로 끌어들이기 위해 대선 관련 고소고발을 모두 취하하고 쇠고기 국정조사까지 합의해줬다. 원 구성 협상을 위해 MBC PD수첩 제작진을 쇠고기 청문회 증인에서 빼주고 국회 운영의 핵심인 법사위원장 자리까지 민주당에 양보했다. 그런데도 얻은 것이 없다. 청와대와 한나라당 내부에서 불만이 터져 나온 것도 무리가 아니다. 왜 야당에 양보만 하느냐는 것이다. 더구나 민주당이 요구한 장관 인사청문특위 구성을 들어줄 듯하다가 거부하면서 청와대 핑계를 댄 것은 치명적이었다.

홍 원내대표는 지난달 말 원내대책회의에서 왜 정권을 교체했는지 답답하다. 이런 식으로 정부를 운영하면 무정부 상태라고 말해 청와대 속을 긁은 적이 있다. 이번에도 여당 원내대표로서 할 일을 했을 뿐인데 웬 시비냐는 식이다. 홍 원내대표만이 청와대와 손발이 안 맞는 게 아니다. 박희태 당 대표는 난데없이 대북특사 얘기를 꺼냈다가 하루 만에 대통령으로부터 거부를 당했다. 공기업 민영화를 놓고도 청와대와 임태희 당 정책위의장이 엇박자를 보이다 뒤늦게 조정됐다.

청와대와 한나라당은 이명박 정권을 이끌어가는 두 축이다. 그런데도 마치 서로 남의 집인 양 소통이 안 되고 있다. 채널을 만들었다지만 있으나마나다. 이유는 간단하다. 정권교체에 대한 소명의식이 부족하기 때문이다. 국민이 왜 자신들을 선택했는지 아직도 잘 모르는 것이다. 그렇지 않고서야 172석의 한나라당이 81석의 민주당에 끌려 다니고, 같은 편끼리 총질이나 해 댈 리가 없다. 정권이 출범한지 벌써 반년이 지났는데 대체 한 게 뭔가.

이 진 녕 논설위원 jinnyong@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