Go to contents

동북아 냉전은 끝났나

Posted June. 30, 2008 03:04,   

ENGLISH

동아일보사 부설 화정평화재단이 후원하고 일본 홋카이도()대 슬라브연구소가 주최한 국제학술회의가 2527일 홋카이도 삿포로에서 동북아시아에서 냉전이 끝났는가?를 주제로 열렸다.

한국 미국 러시아 중국 일본 영국 등 6개국 학자 60여 명이 참석한 이번 학술회의에서 참석자들은 625전쟁 당시 소련과 중국의 참전 배경부터 최근 진행 중인 북한 핵문제까지 한반도를 둘러싼 다양한 문제를 놓고 심도 있는 토론을 벌였다.

중국의 625전쟁 개입 과정=지금까지 학계에서는 중국이 625전쟁 개입에 소극적이었다는 게 통설이었다. 마오쩌둥() 당시 중국공산당 중앙위원회 주석은 미국의 개입을 두려워했기 때문에 소련의 군사원조보장을 우선 받아야 한다고 생각했지만 1950년 10월 유엔군과 한국군이 38선을 넘어 북진하자 어쩔 수 없이 전쟁에 개입했다는 것.

하지만 이번 학술회의에 참가한 선즈화() 중국 상하이() 화둥()사범대 교수와 천첸() 미국 코넬대 교수 등 중국학자들은 중국의 참전 배경에 대해 중국공산당의 비밀문서나 새로 발굴한 역사 자료들을 근거로 새로운 해석을 내놓았다.

이들은 중국은 이미 1950년 7월 초 중국군의 개입이 불가피해질 것이라는 판단으로 파병을 결심하고 있었다고 주장했다. 특히 중국은 미군이 인천상륙작전을 펼칠 것으로 예상하고 김일성 당시 북한 수상에게 이러한 사실을 알리며 주의할 것을 당부했다는 것.

또 이들은 테렌티 스티코프 당시 북한 주재 소련대사가 김일성과 나눈 대화 내용을 스탈린 소련공산당 서기장에게 보고한 자료를 토대로 김일성은 미국의 개입으로 크게 당황스러워 하며 소련과 중국의 적극적인 지원을 바랐다고 주장했다.

이 보고서에 따르면 김일성은 1950년 7, 8월 스티코프 대사를 만나 미국의 폭격으로 북한군이 궤멸하고 있다. 소련이 일선 부대에 군사고문관을 보내주고 중국, 체코슬로바키아도 빨리 군대를 보내줘야 한다고 말했다.

스티코프 대사는 이 보고서에서 김일성이 심리적으로 극도로 위축돼 있으며 소련을 비롯한 사회주의 국가들의 공군 지원을 절실히 바라고 있다고 밝혔다. 이에 스탈린은 군사고문관들을 소련 공산당 기관지 프라우다의 특파원으로 위장해 북한에 보내라고 지시했다.

스탈린, 미국개입 유도 믿기 어렵다=참석자들은 스탈린이 의심이 많은 인물이었다고 입을 모았다. 스탈린은 중국이 1950년 7월 초부터 한국에 파병할 뜻을 밝히자 중국이 한반도에 대한 영향력을 키우기 위한 것이 아닌지 의심했고 중국이 참전 초기에 만족할 만한 전과를 올리지 못하자 이번에는 중국공산당을 친미세력으로 의심했다고 참석자들은 주장했다.

따라서 참석자들은 스탈린이 미국의 개입을 유도하고 중국도 참전하게 함으로써 미국과 중국을 모두 전쟁에 끌어들여 이익을 얻으려 했다는 학계 일각의 주장에 대해 믿기 어렵다는 반응을 보였다. 참석자들은 오히려 당시 스탈린과 마오쩌둥 모두 미국이 625전쟁에 개입하지 않을 것이라는 확신을 갖고 전쟁을 시작했다고 강조했다.

이에 앞서 김동길 베이징()대 역사학부 교수는 25일 미국 우드로윌슨센터의 국제 냉전사 프로젝트 논문집에 1950년 8월 스탈린이 체코슬로바키아 대통령에게 보낸 전문을 근거로 스탈린이 미국과 중국의 625전쟁 개입을 유도했다는 내용의 논문을 발표했다.

북미수교 신중히 지켜봐야=이번 학술회의에서는 북한이 최근 핵 프로그램 신고서를 미국에 제출하고 영변 원자로 냉각탑까지 폭파하면서 북핵 문제 해결이 급물살을 타고 있지만 아직까지 신중할 필요가 있다는 견해가 많았다.

북한의 이 같은 움직임이 완전한 핵 폐기로 귀결될지는 지켜봐야 한다는 것이다. 따라서 참석자들은 북핵 문제가 완전히 해결된 뒤에야 비로소 한반도 냉전체제 종식을 위한 행보가 시작될 수 있다고 입을 모았다.

북한과 미국의 수교가 조지 W 부시 대통령 임기 안에 이뤄질 수 있을지에 대해서도 성급한 판단을 내리기보다는 향후 상황 변화를 신중하게 지켜봐야 한다고 참석자들은 강조했다.



이상록 myzodan@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