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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회적 논란 적은것부터 단계적으로

Posted June. 10, 2008 08:31,   

재료는 많이 준비했는데 정작 손님들의 입맛이 두려워 요리해 선보일 엄두조차 못내고 있는 꼴이다.

쇠고기 파동 등으로 이명박 정부의 핵심 국정과제들이 사실상 올 스톱된 데 대해 청와대의 핵심 관계자는 이렇게 말하며 한숨을 내쉬었다. 그는 이어 올해가 지나면 주요 국정 과제를 추진할 동력과 기회를 상당 부분 잃을 수 있고, 이는 고스란히 국민 피해로 돌아갈 텐데 이런 문제를 차분하게 토론할 분위기가 아니어서 당황스럽다고도 했다.

청와대는 최근 주요 국정과제의 동시다발적인 추진은 자칫 밀어붙이기로 인식돼 제2, 제3의 촛불집회를 낳을 수 있는 만큼 사회적 논란을 덜 야기할 과제부터 단계적으로 추진하자는 데 의견을 모았다.

우선 추진 과제로는 정부와 공공부문을 타깃으로 하는 규제 완화가 꼽히고 있다.

대통령직인수위원회 시절 이른바 전봇대 규제 지적이 비교적 여론의 호평을 받았듯이 규제 완화의 1차적 수혜자가 일반 국민이란 점도 감안됐다. 한 관계자는 규제 완화는 정부가 갖고 있는 규제권을 내놓고 민간의 자율성을 높이겠다는 것이라며 항간에서 제기하는 대기업만을 위한 규제 완화라는 지적을 감안해 중소기업도 고루 혜택을 받도록 정책을 미세 조정하면 충분히 민심을 얻을 수 있다고 내다봤다.

공기업 민영화도 당초 예상보다 선별적으로 추진될 가능성이 높다. 전 분야를 망라해 추진할 경우 공기업 강성 노조의 반발이 불 보듯 뻔하기 때문이다.

다른 청와대 관계자는 공기업 민영화로 얻을 수 있는 60조 원가량의 재원으로 어떻게 민간 부문을 이롭게 할 것인지 설명한 뒤 누가 봐도 민영화 대상인 곳부터 차근차근 메스를 대는 방안이 떠오르고 있다고 전했다.

이와 함께 산업은행 민영화와 금산분리 완화 등도 글로벌 경제 환경에 부합한 체질 강화 작업이고 대기업에 일방적으로 혜택이 가지 않을 것임을 대대적으로 홍보하면서 국민적 동의를 구할 방침인 것으로 알려졌다.

한나라당은 이런 주요 과제의 상당수가 결국 국회 입법사항인 만큼 우선적으로 야당을 등원시키는 데 총력을 기울여 정국 안정의 돌파구를 마련한다는 전략이다.

또 18대 국회부터 가동된 실무 당정-차관급 당정회의 등을 통해 대운하 등 정치적으로 민감한 주제를 가급적 정책 우선순위에서 제외하거나 미루고 철저하게 민생에 당정의 정책 역량을 집중할 수 있도록 정부를 설득한다는 계획이다.



이승헌 동정민 ddr@donga.com ditto@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