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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원봉사 온 가족이 하면 1석 3조

Posted December. 05, 2007 08: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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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일 오전 경기 과천시의 한 식당. 독거노인, 장애인들에게 배달할 도시락이 수북이 쌓여 있다. 도시락 배달을 위해 4가족 20여 명이 모여 있었다.

박익순(43) 씨도 부인 최종미(41) 씨, 아들 정혁(14) 군, 딸 도윤(12) 양과 함께 도시락 배달을 위해 줄을 섰다.

박 씨 가족이 이날 배달할 도시락은 13개로 7곳에 들러야 한다. 점심시간 전에 모두 배달해야 하기 때문에 잰걸음으로 움직였다. 단순히 도시락 배달만 하는 것은 아니라 독거노인 집에 찾아가 안부인사도 하고 말동무도 해 준다. 박 씨 가족이 도시락을 배달하려면 보통 23시간 걸린다.

가장 먼저 들른 김모(77) 씨 집. 최 씨가 진지는 제대로 챙겨 드시느냐고 묻자 김 씨는 어제 술을 많이 먹어 따뜻한 국물이 먹고 싶었는데 고맙다고 말했다.

정혁 군은 가족과 함께 도시락을 배달하는 시간이 즐겁다면서 우리보다 힘들게 사는 이웃이 많다는 것을 봉사하면서 느꼈다고 말했다.

박 씨 가족은 올해로 3년째 가족 자원봉사활동을 하고 있다. 지난해에는 요양원에서 청소 봉사를 했고 도시락 배달은 올해 초부터 시작했다.

국내에서 봉사활동은 수십 년의 역사를 가지고 있지만 가족 봉사는 2000년 들어 본격적으로 시작됐다.

여성가족부 중앙건강가정지원센터는 지난해 전국적으로 29개의 가족봉사단 프로그램이 운영했고 올해는 50개로 늘렸다.

유희정 서울 강남구 자원봉사센터 사회복지사는 2000년대 초만 해도 가족자원봉사 모집을 해도 거의 지원자가 없었는데 요즘은 대기자 명단을 따로 만들어야 할 정도로 인기가 높다고 말했다.

배려할 줄도 알고 아이들이 달라져요

가족자원봉사는 가족이 같이 움직이기 때문에 평소 대화가 없던 부모와 자녀들이 자연스럽게 친해질 수 있다. 또 자녀들에게 봉사가 무엇인지 가르치지 않아도 스스로 깨닫게 할 수 있다.

인테리어 자영업자인 박 씨는 일찍 출근하고 늦게 퇴근하는 날이 많아 집에서 아이들 얼굴 보기도 힘들었는데 봉사를 시작하면서 아이들과 이야기를 나눌 기회가 크게 늘었다고 말했다.

김현옥 서울시자원봉사센터 대표는 다른 활동과 마찬가지로 자원봉사 활동도 일종의 습관이라며 어릴 적에 자원봉사 경험이 있는 사람은 어른이 된 뒤에도 자원봉사에 적극 나선다고 말했다.

김애자(46서울 강남구 대치동) 씨 가족은 장애인 돌보기 봉사를 2년째 하고 있다. 김 씨는 사교성이 없던 아이들이 요즘 활발해지고 장애우들만 보면 달려가서 도와주려고 한다면서 고지식하다는 얘기를 많이 듣던 남편은 이제 봉사 날짜를 먼저 챙기는 등 적극적인 성격으로 변했다고 말했다.

가족단위 봉사는 독거노인 방문이 제일 많이

가족 자원봉사는 불우이웃 방문, 요리 봉사, 행정업무 지원 등 프로그램이 주류를 이룬다. 겨울철에는 연탄배달, 김장하기 봉사도 활발하다.

가장 많은 것은 독거노인 등 불우이웃에게 도시락을 배달하는 프로그램. 아무리 봉사 스케줄이 빠듯해도 외로운 노인들 앞에서 활짝 웃으며 가능한 한 많은 얘기를 들어 주도록 한다. 이때 부모가 먼저 노인들과 따뜻한 말로 대화를 나누면 자녀들도 따라한다.

자녀를 동반하는 봉사활동을 선택할 때 아동시설인 보육원이나 소년소년 가장 돕기 활동은 되도록 피하는 것이 좋다. 자칫 도움을 받는 같은 나이 또래의 청소년이 상처를 받을 수 있기 때문이다.

봉사 활동이 끝나면 반드시 가족이 모여 토론하는 시간을 갖는다. 봉사하면서 느낀 점과 봉사하면서 달라진 점 등에 대해 부모가 조언자로서 자녀들과 얘기를 나눈다. 자녀에게 봉사일기를 작성하도록 하면 봉사의 학습효과를 높일 수 있다.

안승화 경기 과천시 종합자원봉사센터 소장은 자원봉사를 남을 위해 희생하는 것이라고 생각하면 선뜻 나서기 어렵다면서 봉사를 통해 자신도 무언가를 배운다는 인식을 가져야 활동을 지속적으로 할 수 있다고 말했다.

자녀들 억지봉사 금물 힘들어도 스스로 하게 해야

가족 자원봉사를 하려면 가족 구성원의 동의가 필요하다. 일부 열성 어머니의 경우 자녀가 봉사 의지가 없는데도 억지로 끌고 와서 강제로 시키는 경우가 있다. 오히려 역효과가 날 뿐만 아니라 지속적인 참여도 힘들다.

유희정 사회복지사는 가족 봉사의 핵심은 이웃과 지역사회 봉사를 통해 가족간의 화합을 도모하는 것이라면서 자녀들에게 봉사의 의미를 사전에 충분히 설명해 줘 자발적으로 참여하도록 해야 된다고 말했다.

가족 봉사는 아이가 초등학생 때부터 시작하는 것이 좋다. 그러나 초등학교 저학년 자녀는 봉사활동을 놀이 활동으로 생각하거나 일시적인 체험학습 정도로 생각하는 경우가 있다. 또 현장에서 봉사활동을 하다 보면 육체적으로 힘든 경우도 많다. 이를 안타깝게 여기고 자녀들이 할 일을 대신 해 주는 부모들도 있다.

조성은 중앙건강가정지원센터 사업기획팀장은 자녀들에게 자원봉사는 상대방에게 도움을 주기 위한 활동이라는 것을 인식시켜야 한다면서 자녀들이 조금만 힘들어도 대신 해 주는 것은 피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이진한 likeday@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