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남까지 번진 미분양 사태
8일 금융결제원과 롯데건설에 따르면 지난달 분양된 서울 서초구 서초동 롯데캐슬메디치 주상복합아파트 50채에는 단 2명이 청약해 48채가 미분양으로 남았다.
더욱이 청약자 2명도 계약을 하지 않겠다는 의사를 밝혀 롯데건설은 9일부터 시작하는 계약 기간 중 50채 전체를 대상으로 선착순 분양을 실시할 방침이다.
이 아파트의 분양가는 3.3m(1평)당 2650만 원 안팎이며 중도금 전액을 무이자로 빌려주고, 발코니도 무료로 확장해 주는 조건이었다.
분양가는 비싼 편이었지만 계약 조건이 좋아 어느 정도는 분양이 될 것이라는 게 롯데건설 측 전망이었다.
한 건설사 임원은 강남에서 나오는 아파트는 입지 여건이 떨어져도 초기에 30%는 팔리는 게 관례였다며 이번 롯데건설의 청약 결과는 상당히 충격적이라고 말했다.
실제로 강남에서 분양된 아파트 단지 전체가 사실상 미분양된 것은 외환위기 충격에서 벗어난 이후 처음 있는 일이라고 주택업체 관계자들은 전했다.
서울보다 사정이 열악한 지방에서는 최초 청약 단계에서부터 신청자가 한 명도 없는 단지가 이미 속출하고 있다.
지난달 분양된 강원 춘천시 KCC스위첸(367채)은 청약률이 제로였고, 대구 신천청아람(43채) 아파트는 1명만 신청했다.
청약률 저조는 건설사들의 과잉 공급과 함께 분양가 상한제 도입으로 소비자들이 싼 아파트를 기다리며 청약을 꺼리고 있기 때문으로 풀이된다.
이 때문에 자금력이 취약한 주택업체들의 추가 도산도 우려되고 있다.
부동산 정보업체인 부동산114 김희선 전무는 대규모 택지개발지구나 지역 내 최고급 아파트는 그런대로 청약이 되지만 경쟁력이 떨어지는 단지는 미달 사태가 발생하는 양극화 현상이 심화되고 있다고 풀이했다.
한국건설산업연구원 관계자는 분양가 상한제로 아파트 값이 떨어질 것이라는 기대가 확산되면서 수요자들이 관망세로 돌아섰다며 전반적인 추세로 보면 분양가가 하락한다는 건 맞지만 얼마나 떨어질지는 미지수라고 지적했다.
부적격 당첨자 속출
개인별로 점수를 매겨 당첨자를 정하는 청약가점제가 시행되면서 부적격 당첨자가 속출하는 등 부작용이 커지고 있다. 장기 무주택 서민에게 분양 우선권을 주기 위해 도입한 제도지만 복잡한 절차 때문에 정작 시행 과정에서는 소비자들의 불만을 사고 있는 것.
현대건설은 인천 남동구 논현지구 내 논현힐스테이트의 당첨자를 분석한 결과 567명 중 11.1%인 66명이 부적격자로 적발됐다고 8일 밝혔다.
이 아파트는 청약가점제가 처음 적용된 단지로 부적격자 가운데 48명은 무주택 자격 요건을 잘못 파악한 때문이었으며 나머지는 청약가점 계산 착오(8명), 1순위 자격 미달(5명), 최근 5년 내 재당첨 금지 규정 위반(5명) 등이었다.
현대건설이 5월과 8월 경기 오산시와 용인시에 내놓은 아파트의 부적격 당첨자가 34%대에 불과했다는 점을 감안하면 이번에 10%가 넘는 부적격자 비율은 예상을 뛰어넘는 수준이라는 게 회사 측 설명이다.
현대건설 분양팀 관계자는 부적격자로 밝혀진 한 주부는 규정을 몰라 잘못 기입했는데 당첨을 취소할 수 있느냐며 모델하우스에 주저앉아 울기까지 했다며 건설사로서는 구제 방안이 없어 막막하다고 밝혔다.
이 관계자는 또 10명 중 1명꼴로 부적격자가 생겨 청약을 다시 해야 하는 만큼 한 달 정도 계약금이 늦게 들어오게 돼 자금 구조를 다시 짜야 할 판이라고 덧붙였다.
청약가점제에서 청약 내용을 허위로 기재하면 고의성 여부와 상관없이 당첨이 취소되고 최장 10년간 다른 아파트에 청약할 수 없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