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핵실험 이후 평양

Posted December. 07, 2006 07: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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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보리가 대북제재 결의를 채택함에 따라 북한과 추진하던 일부 프로젝트를 보류할 필요가 있어 관련 업무를 담당하는 북한의 국장급 관계자에게 배경을 설명했지만 그는 안보리 제재에 대해 전혀 모르고 있었다.

그는 그러면서 미국의 대북 금융제재가 이미 북한 고위층에 영향을 미치고 있다는 의견도 제시했다. 그는 북한에 의료기기를 판매하는 사업가를 만났는데 북한에서 고위층이 주로 사용하는 혈압측정기 판매가 최근 크게 줄었다는 이야기를 들었다. 이는 대북 금융제재로 외화반입이 줄고 있는데 따른 여파라고 보고 있다고 설명했다.

그는 최근 복잡한 양상을 띠고 있는 북한과 중국의 관계에서 나타나고 있는 미묘한 변화에 대해서도 언급했다.

북한은 최근 평양에서 활동하는 중국 상인에 대해 보안조치를 강화하고 있다. 또 중국이 자원 확보 차원에서 의욕적으로 추진해 오던 함경북도 무산철광 개발계획도 일단 보류된 상태다. 북한 핵실험 이후 중국 당국이 당분간 사업을 보류할 것을 지시했다고 한다. 그러나 그는 장기적으로 중국은 원자재가 필요하기 때문에 무산철광 사업이 재개될 것으로 본다면서 현재 중국과 북한 사이에 갈등 요인이 있더라도 중국은 북한의 붕괴를 원하지 않고 있기 때문에 지원할 수밖에 없을 것이라고 진단했다.

그는 핵실험 이후의 북한 사회 전체 분위기에 대해서는 정치적으로 어떤 변화의 움직임도 보이지 않고 있다. 북한 정권의 장악력도 전혀 흔들림이 없으며 견고하다고 전하면서도 다만 북한 당국은 전반적으로는 최근 들어 외국인들에 대한 통제를 더욱 강화하고 있다고 말했다.

북한 당국이 인도주의적 국제단체에 대해 북한을 떠나도록 하고 외부 식량 원조를 받지 않으려는 배경에 대해 그는 두 가지 이유로 분석했다. 우선 국제단체들이 북한에서 활동하는 기간이 길어지면서 북한 주민들이 이들에 대해 진정한 호감을 나타내는 등 사회불안 요인으로 작용하기 시작했고, 또 주체를 강조하는 북한으로선 매년 외국의 도움을 받는 것에 자존심이 상했기 때문이라는 것.

그는 내년 4월 춘궁기가 본격화되면 식량난이 예상된다고 우려했다. 그는 올해 수확이 좋지 않았던 데다 외부 원조까지 줄어들면 북한이 기근까지는 아니지만 (고난의 행군 시기로 불리는) 1990년대 중반 이후 최악의 식량난에 직면할 가능성이 크다. 국제사회의 도움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그는 평양에서의 외교관 생활에 대해서는 지방에 가려면 북한 당국의 허가를 받아야 하지만 평양 시내에서는 자유롭게 움직일 수 있다고 말했다. 그러나 북한은 모든 사람이 항상 서로를 감시하는 구조가 내재화됐기 때문에 북한 측 시각에서 적절하지 않은 장면을 찍으려고 하면 어디에선가 꼭 누군가가 나타나서 제지한다고 말했다.

그는 조만간 평양에 복귀할 예정이다.



공종식 kong@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