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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기 전 운동, 각성효과로 숙면방해

Posted November. 13, 2006 07: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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회사원 김모(41) 씨는 스트레스를 받으면 잠이 오지 않는다. 불면증에서 벗어나기 위해 안 해 본 일이 거의 없다. 약국에서 수면제를 사 먹기도 한다. 지루한 책을 읽기도 하고, 이불을 뒤집어쓴 채 잠을 청하기도 한다. 자기 전에 운동으로 몸을 녹초로 만들기도 했다.

수면제는 단기 효과는 있었지만 점점 사용량을 늘려야 하고 아침에도 몽롱한 상태에서 벗어나기 힘들어 먹기가 싫다. 수면제 이외 다른 시도는 별 효과가 없었다.

잘못된 상식이 불면증을 심화=김 씨의 불면증 대처법은 좋은 방법일까. 그렇지 않다.

김 씨가 이미 겪었듯 수면제는 부작용이 있어 함부로 쓰면 안 된다. 약국에서 파는 수면제는 아침까지 몽롱한 상태를 지속시켜 주는 약이다. 수면제를 먹고 싶다면 의사의 처방을 받아 효과가 약한 약을 복용해야 한다.

수면제는 술을 마신 뒤에는 절대 복용하면 안 된다. 호흡 곤란을 일으킬 수 있기 때문이다.

책을 읽는 것은 불면 대책 가운데 가장 추천할 만하다. 하지만 심각한 독서는 오히려 뇌의 각성작용을 돕는다. 가벼운 소설이나 에세이를 읽는 것이 좋다. 저녁에 잠자리에 들었지만 잠이 오지 않는다고 이불 위에서 뒹굴뒹굴 하는 것도 좋지 않다. 아예 벌떡 일어나 책이나 TV를 보는 게 낫다.

몸을 피로하게 한답시고 하는 운동은 잠들기 6시간 전까지는 끝내야 한다.

잠들기 직전에 하는 운동은 근육을 긴장시키고 각성작용을 하기 때문에 오히려 숙면에 방해가 된다.

생활 습관을 고치자=별 다른 이유 없이 잠이 안 오면 우선 햇볕을 자주 쐬는 게 좋다.

수면작용을 돕는 호르몬인 멜라토닌은 밤에 분비된다.

요즘처럼 낮이 짧고 날씨가 추워 실내에서만 생활하면 낮에도 분비될 수 있다. 이렇게 되면 낮에는 몽롱하게 졸린 상태가 되고 밤에는 정작 나와야 할 호르몬이 적게 나와 불면증에 걸리게 된다. 운동을 할 때도 실내운동보다는 햇볕을 쬐며 하는 야외운동이 좋다.

퇴직한 노인들이 집안에만 있으면서 전기료가 아깝다고 전깃불을 거의 켜지 않고 생활하면 불면증에 걸리기 쉽다. 집에만 있는 사람들은 반드시 오전 중 한 시간씩 집 주변을 산책하는 게 좋다.

커피, 콜라, 홍차, 녹차 등 카페인이 들어간 음료는 숙면의 적이다. 건강기능성음료나 초콜릿에도 카페인이 들어있다는 점을 명심하자.

자기 전에 목욕 또는 족욕을 하면 도움이 된다. 체온이 약간 올라갔다가 떨어질 때 사람은 잠에 잘 빠져든다.

수면장애로 불면증이 생기면=수면장애로 인한 불면증은 대부분 잠의 양이 아니라 질에서 문제가 생긴 병이다.

예를 들어 코골이가 심해 수면 무호흡증이 있는 사람은 잠이 들더라도 중간에 자주 깬다. 수면 무호흡증은 나이가 들수록 심해지고 고혈압 당뇨 뇌중풍 심장질환 등을 유발할 수도 있으니 반드시 치료해야 한다.

수술이나 잘 때만 착용하는 의료기기로 치료가 가능하다.

자면서 팔다리를 움찔거리는 주기성 사지 운동증도 불면의 원인일 수 있다. 약 30초 간격으로 팔이나 다리가 1, 2초간 짧게 움직여 잠에서 깬다.

누우면 무릎과 발목 사이에 벌레가 기어가는 듯한 느낌이 들거나 피부가 씰룩거리는 하지불안증, 꿈을 꾸면서 이를 행동으로 옮기는 램 수면장애 등이 원인이 되기도 한다. 이런 증상들은 약으로 치료할 수 있다. 수면장애는 입원해서 실제로 이틀간 자면서 원인을 찾는 수면다원검사를 통해 진단한다.

(도움말=서울대병원 신경정신과 정도언 교수, 을지병원 정신과 신홍범 교수, 삼성서울병원 신경과 홍승봉 교수, 서울아산병원 정신과 김헌수 교수)



하임숙 artemes@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