Go to contents

기죽은 태권도

Posted July. 07, 2006 03:28,   

ENGLISH

5일 오후 6시 반 경기 고양시 청학태권도장. 도복을 입은 어린이들이 모여 앉아 니하오마(안녕하세요), 짜이젠(또 만나요)이라고 외쳤다.

청학태권도장은 월 수 금요일 오후에 태권도가 아닌 중국어와 한문을 가르친다. 중국어 수업을 위해 중국어 교사를 따로 두고 있다.

어린이들은 태권도를 배우는 시간보다 중국어를 배우는 시간이 더 기다려진다며 재미있어 한다.

10년 전부터 도장을 운영하는 김성철(36) 관장은 신입생이 점점 줄어 지난해부터 중국어를 함께 가르치기 시작했다고 말했다.

인천의 태권도장 태글리쉬 아카데미는 최근까지 캐나다인 사범이 태권도를 가르쳤다. 영어와 태권도를 함께 가르친다는 점을 내세워 좋은 반응을 얻었다.

도장 이름도 태권도와 잉글리쉬를 합쳐서 만들었다. 캐나다인 사범이 체류 기한 만료로 한국을 떠나자 다른 외국인 사범을 구하는 중이다.

태권도장의 경쟁이 치열해지고 있다. 저출산 현상에다 인라인스케이트 같은 레저 스포츠 활성화로 태권도를 배우려는 어린이가 계속 줄어들기 때문.

1980, 90년대처럼 어린이들이 태권도복을 어깨에 둘러메고 골목에 몰려다니는 모습은 찾아보기 힘들다. 국기() 태권도라는 말이 무색할 정도라고 태권도장 관계자들은 입을 모은다.

일부 태권도장은 어린이 대신 성인을 도장으로 끌어들이고 있다.

경기 부천시의 고려태권도는 요가반과 비만클리닉을 운영한다. 태권도를 배우는 초등학생의 어머니를 위한 서비스.

도장 관계자는 유치원생이나 초등학생만으로는 도장을 꾸려가기 힘든 상황이 됐다며 성인용 프로그램을 적극 개발할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수영, 웅변, 기호흡을 함께 가르치는 도장도 많아졌다.

대한태권도협회 유호윤 기획부장은 1961년 협회 창립 이후 늘어나던 태권도 인구가 2000년대 초반부터 감소세로 돌아섰다며 협회 차원에서 태권도 활성화 방안을 찾느라 여러 가지 고민을 하고 있다고 밝혔다.



이종석 임우선 wing@donga.com imsun@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