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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피니언] 종이 당원

Posted September. 06, 2005 07: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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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도권 K시의 기초의원 P 씨는 며칠 전 주민 38명을 특정정당에 가입시키고 10개월 치 당비를 대납()했다가 검찰에 고발됐다. 내년 5월 지방선거의 당내 후보 경선()에 대비해 당원을 모으다가 중앙선거관리위원회에 적발된 것이다. 요즘 전국엔 P씨와 같이 당원 확보에 열을 올리는 사람이 부지기수()라고 한다. 당원 확보 전쟁()이라고 부를 만하다.

열린우리당의 경우 당비를 낸 당원 수가 지난해 말 7만7000명에서 8월말 현재 60만여 명으로 늘었다. 한나라당도 같은 기간 3800여명에서 24만여 명으로 늘어났다고 한다(선관위 통계). 정당정치에서 당원이 늘어나는 것은 바람직스러운 현상이다. 문제는 이들 대부분이 자기주머니를 털어 당비를 내고 당 활동에도 적극 참여하는 진성() 당원이 아니라는 점이다. 그저 당비를 대납해 준 사람을 위한 일회성 운동원일 뿐이다. 입당원서만으로 존재한대서 종이 당원이요, 경선만 끝나면 사라진다 해서 거품 당원이다.

종이 당원이 늘어난 가장 큰 이유는 지자체장에 이어 지방의원까지 정당 공천을 받도록 선거법이 개정됐기 때문이다. 당내 경선에서 이기려면 경쟁자보다 많은 수의 지지 당원을 확보해야 한다. 이를 위한 손쉬운 방법으로 당비를 대납해 머릿수를 확보하는 당원 입도선매()가 벌어지고 있는 것이다. 더구나 지방의원 유급제로 연봉이 5000만7000만 원은 될 거라고 하니 이런 작태는 갈수록 심해질 듯싶다. 사오정(45세 정년) 시대에 4년간 고액 연봉을 받을 수 있는 자리이니 누군들 혹하지 않겠는가.

다수 기초의원들은 정당 공천제가 지방의원을 국회의원의 하수인으로 만들고, 선거판을 돈 잔치로 전락시킨다며 반대 목소리를 높이고 있다. 반면에 정치권, 특히 여당은 기초의원 정당추천제가 정당정치 활성화와 상향식() 민주주의에 필요하다고 주장한다. 하지만 요즘 돌아가는 모양새로는 어림없는 소리다. 종이 당원으로 상향식 민주주의라니, 소가 웃을 노릇 아닌가.

송 영 언 논설위원 youngeon@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