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99년 소각한 테이프와 검찰 압수 테이프는 동일내용 추정

국가정보원은 국가안전기획부(현 국정원)의 비밀도청 조직인 미림팀 팀장이던 공운영(58) 씨 집에서 검찰이 압수한 도청 테이프 274개가 국정원이 1999년 공 씨에게서 자진 반납 받은 도청 테이프 200여 개와 같은 내용인 것으로 보고 조사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국정원 관계자는 1일 검찰이 압수한 테이프의 내용이 구체적으로 파악되지는 않았지만 공 씨가 1999년 국정원에 자진 반납하기 전에 복사해 둔 사본일 가능성이 높다고 밝혔다.

또 다른 국정원 관계자는 공 씨가 도청해 만들었다는 테이프 수천 개 가운데 핵심적인 것만 따로 모은 뒤 복사본을 몇 세트 만들어 뒀다가 1999년 원본이나 복사본 중 한 세트만 자진 반납한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이에 따라 공 씨가 만일을 대비해 이번에 검찰에 압수된 것 외에 다른 복사본을 은밀한 장소에 따로 보관 중이거나, 이 중 일부를 재미교포 박인회(58구속) 씨 말고 정치권 등의 다른 인사에게도 전달했을 가능성이 제기되고 있다.

김승규() 국정원장은 이날 열린 국회 정보위원회에 출석해 현재 불법 도청 관련 조사 대상자 43명 중 35명에 대해 조사를 진행하고 있으며 나머지 8명도 소재가 확인되는 대로 조사할 것이라고 밝혔다.

그러나 김 원장은 조사 대상자의 명단을 구체적으로 밝히지는 않았다.

김 원장은 이날 보고에서 박 씨에 대한 조사 결과 1999년 9월 공 씨에게서 모 그룹(삼성)의 대선자금 전달 내용이 녹음된 테이프와 녹취록을 받아 이를 복사한 뒤 이 그룹에 전달한 사실과 함께 지난해 10월과 12월 모 방송사(MBC) 기자에게 전달했다는 진술을 확보했다고 말했다.

그러나 김 원장은 (오정소 전 안기부 1차장 등) 전직 핵심 인사 등이 책임을 지겠다면서도 사실관계 진술을 거부하고 있어 조사의 신속한 진행이 어려운 실정이라며 검찰과 공조해 이른 시일 안에 사실관계를 규명하겠다고 말했다.

정용관 이명건 yongari@donga.com gun43@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