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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정원 요즘 어디에 있나

Posted June. 07, 2005 06:3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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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가정보원이 너무 결벽주의로 간 것 같다.

여권의 한 고위 인사는 6일 노무현() 정부 2년의 국정원을 평가해 달라는 기자의 요청에 대해 이같이 말했다.

고영구() 국정원장의 사의 표명 및 후임 인선을 둘러싼 당청 간 이견을 계기로 국정원이 다시 세인의 관심으로 떠올랐다.

권력 남용 폐해는 사라졌다?=국정원이 권력을 위해 정보를 왜곡하고 국내 정치에 개입하는 등 권위주의 시절 보였던 폐해는 어느 정도 사라졌다는 데는 별다른 이론이 없다.

노 대통령은 2003년 2월 취임 직후 권력기관이 정권을 위해서 일하게 하지는 않을 것이라고 천명했다. 정치권과 별 상관이 없던 인권변호사를 원장으로 발탁한 것도 그런 이유에서다.

그래서인지 노 대통령 집권 2년여 동안 국정원장의 정기적인 대통령 대면() 보고는 실제로 사라졌다.

노 대통령은 국정원의 보고 요청이 들어와도 직접 보고해야 할 만큼 중요한 내용이 있느냐고 물어 그렇지 않다고 하면 놔두라고 한 적도 종종 있다고 청와대 관계자는 전했다.

정치 사찰을 중단하라는 대통령의 지시도 준수됐다는 것이 여권 및 국정원 관계자들의 설명이다. 고 원장은 평소 정치 정보를 수집하지 않고 국내 정치에 개입하지 않은 것을 자신의 최대 치적으로 강조해 왔다는 전언이다.

무기력 부작용이 새로운 문제?=정치적 중립을 지나치게 강조하다 보니 정보 수집 및 국가안전기획 기능까지 약해졌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무기력이라는 부작용이 나타났다는 것.

열린우리당의 한 의원은 생산된 정보가 국가를 위해 잘 쓰여야 신이 나서 일을 할 텐데, 그런 면에서 현재 국정원 조직은 죽어 있는 것이나 마찬가지라고 했다.

다른 의원도 국내 정보와 해외 정보, 정치 정보와 경제 정보가 따로 있느냐. 통치권자가 어떤 목적으로 사용하느냐가 중요하다. 언제 어디서 구름이 몰려오고 태풍이 몰려오는지를 예측할 수 있도록 판단 근거를 제시하는 역할을 하지 못하고 있다고 말했다.

무기력과 관련해 고 원장이 이종석() 국가안전보장회의(NSC) 사무차장 등에게 주도권을 빼앗겼기 때문이라는 지적도 있다. 고 원장이 국정원 내부 개혁에는 일정한 성과를 거뒀으나 NSC 정규 멤버로 국가안보와 관련된 정책결정 과정에 깊숙이 관여할 수 있는데도 그 역할을 하지 않는 바람에 그렇게 됐다는 얘기다.

새로운 역할 모델 필요=국정원의 국정 조정자 역할을 주문하는 열린우리당 측의 시각에 대해 청와대 관계자는 열린우리당 일각의 불만은 여전히 과거 패러다임에 머물러 있기 때문이라고 비판했다.

그는 다만 국정원 직원들도 과거의 정보수집 관행에 얽매여 변화된 위상에 걸맞은 새로운 정보를 가져오지 못하는 것은 문제라고 비판했다.

후임 국정원장 인선과 관련해서도 청와대의 입장은 분명하다. 중량급 인물을 기용해야 한다는 당 쪽의 요구에 대해 청와대는 국정원장은 정치를 하는 자리가 아니다고 반박하고 있다.



정용관 yongari@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