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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입사원이 말하는 드라마 신입사원

Posted May. 11, 2005 23: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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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방대 출신의 대기업 사원 강호(에릭), 계약직 여사원 이미옥(한가인), 전형적인 엘리트 직장인 이봉삼(오지호), 든든한 집안 배경을 자랑하는 서현아(이소연). LK그룹 신입사원 네 명의 생존기를 다룬 MBC 드라마 신입사원이 최근 시청률 20% 대를 기록하며 인기를 얻고 있다. 청년실업과 대기업 문화를 경쾌한 감각으로 풍자한 이 드라마는 20, 30대 직장인들로부터 맞아, 내 얘기야라는 카타르시스와 저건 말도 안 돼라는 비판을 동시에 얻고 있다. 실제 대기업 신입사원들은 이 드라마를 어떻게 보고 있을까? 삼성, LG, SK의 신입사원 세 명이 드라마 신입사원을 두고 난상토론을 벌였다.

운 좋은 강호 보면 얄미워

조대곤(이하 조)=드라마 신입사원을 볼 때마다 제 얘기 같습니다. 저희 부서 차장님도 어제 신입사원 봤나라고 하시며 외모는 강호랑 차이가 있지만 패기만큼은 강호를 닮아야지라고 농담처럼 말씀하시죠.

이은호(이하 이)=그런데 가끔 신입사원 강호는 지적인 면이나 기본 에티켓이 결여된 느낌이에요. 회사 회의실에서 오전 10시까지 잠을 자거나 화장품 연구를 위해 자기 자리에서 직접 화장을 하는 돌출 행동들은 사실 비현실적이라 할 수 있죠.

김현진(이하 김)=강호는 드라마 속에서 본인이 지방대 생임을 강조하죠. 하지만 실제 회사에서는 지방대 출신 동기들이 모두 강호처럼 행동하거나 지방대 출신인 걸 드러내지 않아요. 오히려 더 조용히 자기 일 열심히 하는 사람들이 많죠.

미옥 전문성 갖추었으면

이=강호가 계약직 직원으로 나오는 미옥이와 함께 회사 입구에서 계약직 차별 철폐 시위를 했죠. 저는 그 장면이 인상적이었어요. 사실 미옥이도 단순히 약한 계약직의 모습 보다는 정규직과 대등하게 전문성을 갖춘 커리어 우먼으로 그려졌으면 합니다.

김=제가 여자라서 그런지 이미옥 캐릭터는 대기업 내의 여성문화를 대변한다고 생각합니다. 유니폼을 입고 뿔테안경을 썼을 때만 해도 별 주목을 받지 못하다가 사복을 입고 화장을 한 채 나타나자 여러 남성들이 침을 꼴깍 삼켰죠. 그 후로는 미옥이가 계약직 여성이라기보다 남성들과 삼각관계에 놓인 평범한 여성으로만 비춰질 뿐이죠.

현아 더 악랄했으면 좋았을 터

조=드라마에서 악녀로 나오는 서현아는 가장 비현실적 인물인 것 같습니다. 요새 누가 회사에서 나, 간부 딸이라고 으스대나요. 오히려 다른 동기들에게 되도록 사실을 숨기려 하겠죠. 간부 딸이라고 우대한다면 조직이 엉망이 되겠죠. 요즘 같은 기업 경쟁에서 그런 회사는 도태될 겁니다.

김=서현아가 만약 자신의 배경을 숨기고 더 악랄하게 나왔다면 오히려 멋진 여자가 됐을 것 같아요. 지금의 서현아는 미지근한 인물이죠. 이봉삼이란 인물도 100% 악역은 아니죠. 나름대로 좌절과 눈물을 아는 인간적인 면모가 많죠.

이=드라마에서 송 이사가 봉삼이에게 너 같은 애들의 단점은 교과서 위주의 사고, 똑같은 대답만 한다라고 비판하죠. 이봉삼은 우리나라의 획일주의 교육이 낳은 피해자로 그려집니다. 신기한 것은 지방대 출신 강호에게 매번 질투심을 느낀다는 거죠.

봉삼이의 노력 보상 받았으면

김=강호랑 봉삼이가 같은 팀에 있어서 더욱 그런 것 같습니다. 사실 저도 제 부서에 동기가 한 명 있는데 가끔 경쟁의식을 느낍니다. 더 열심히 해야겠다는 생각이 저를 그렇게 만들죠. 그러나 그것이 나쁘다고 생각지는 않아요. 오히려 운 좋은 강호가 가끔 얄미울 때가 있죠. 확고한 목표를 향해 돌진하는 봉삼이의 모습에서 매력을 느낍니다.

이=앞으로 회사에서 살아남을 가능성은 오히려 봉삼이가 많다고 생각합니다. 강호는 순간의 반짝이는 이벤트성 아이디어가 많죠. 그런 인물은 직급이 올라갈수록 바닥을 드러냅니다. 꾸준히 노력하는 봉삼이가 결국 빛을 보지 않을까요.

조=신입사원이 운이나 요행이 아닌 자신의 꿈을 향해 노력한 사람이 언젠가는 성공한다는 내용으로 결말이 났으면 합니다. 그것이야말로 우리 신입사원들이 바라는 것이니까요.



김범석 bsism@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