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호주제 역사속으로

Posted February. 03, 2005 23: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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호주제란 가족을 대표하는 남성 가장이 재산의 처분이나 가족의 결혼 등에 대해 우월한 권리를 행사하는 제도다. 민법은 호주와 가족의 개념을 일가()의 계통()을 승계()한 자 호주와 같은 호적인 자로 규정해 호주제를 명문화하고 있다.

국민 개개인의 신분관계를 공적 장부에 등록하는 호적은 근대 이전에도 있었다. 그러나 지금의 호주와 가족 개념은 일제강점기인 1915년 민적법 개정 이후 등장했다. 강력한 호주권을 중심으로 가()제도를 구성하도록 한 일본 메이지() 민법의 호주제가 도입된 것이다.

민법상 호주제는 가족 간의 종적()관계 남성우월적 호주 승계 순위 등을 강제하고 있어 여성계로부터 폐지 요구가 끊이지 않았다.

호주 승계 순위는 호주의 아들손자미혼인 딸미혼인 손녀배우자어머니며느리 순으로 돼 있어 딸만 있는 경우 사위가 입부혼인()을 하고 외손자가 계통을 계승하지 않는 한 폐가가 됐다.

이로 인한 남아선호 사상과 여아 낙태는 끊임없이 인권 문제를 야기했고 출생 성비의 불균형까지 초래했다.

또한 아내는 친정을 떠나 시가()의 일원이 되고 아내는 남편의 보호 아래 그 권위에 복종해야 한다는 관념이 형성돼 가족 내에서 남성의 권위적 행동을 정당화시켰다.

남편은 아내가 아닌 다른 여자와의 사이에서 낳은 아이를 아내의 의견에 상관없이 자유로이 입적시키는가 하면 재혼 가족의 자녀들은 새아버지와 성이 달라 일상생활에서 고통을 받기도 했다.

호주제 폐지 반대 목소리는 수십 년 전부터 계속됐지만 유림의 강경한 반대에 묻히기 일쑤였다. 그러던 중 여아 낙태의 심각성을 깨달은 한의사 고은광순 씨의 주도로 1998년 호주제 폐지를 위한 시민의 모임이 발족했고 2년 뒤 113개 단체가 참여하는 호주제 폐지를 위한 시민연대로 발전했다.

같은 해 호주제 위헌소송을 준비하기 위한 모임이 결성돼 위헌소송 원고인단을 모집했고 이듬해 4월 4일 헌법재판소에 위헌소송이 제기돼 이번에 헌법불합치 결정을 받았다. 이로써 호주제는 공식 도입 90년 만에 역사 속으로 사라지게 됐다.



김진경 kjk9@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