Go to contents

[사설] 핵물질 실험 안보리 회부는 막았지만

[사설] 핵물질 실험 안보리 회부는 막았지만

Posted November. 26, 2004 23:17,   

ENGLISH

우리나라의 핵물질 실험 문제가 유엔 안전보장이사회에 회부되지 않고 국제원자력기구(IAEA)에서 처리돼 다행이다. 정부 주장대로 실험실 차원의 행동이었음을 국제적으로 공인받은 것이다. IAEA 이사회가 한국이 핵개발을 시도하지 않은 것은 물론 그럴 의사도 없다고 인정한 만큼 더는 국제적 논란의 대상이 되지 않기를 기대한다.

안보리 회부를 면하기는 했으나 IAEA가 한국의 핵물질 실험을 다룬 것 자체가 국가의 명예와 신뢰에 끼친 악영향은 적지 않다. 지난 3개월 동안 일부 외국 언론과 인사들은 마치 한국이 핵개발을 추진한 것처럼 의혹을 부풀렸다. 우방인 일본에서조차 핵물질 실험의 실상을 왜곡하고 과장하는 발언이 쏟아졌다. 북한이 핵물질 실험을 6자회담에서 논의하자고 주장하는 엉뚱한 상황도 빚어졌다. 따라서 IAEA의 결정으로 외부의 불신이 일거에 해소됐다며 긴장을 풀 일이 아니다.

정부는 앙금이 남지 않도록 최선을 다해야 한다. 추가 사찰 등 IAEA의 의혹 정리 과정에 성의 있게 응해 단 한 점의 불신도 남기지 말아야 한다. 두 번 다시 핵관련 의혹에 연루되지 않도록 처신해야 하는 것은 물론이다.

이번 핵물질 소동은 동맹의 중요성을 다시 일깨워줬다. 정부가 총력외교를 펼쳤지만 IAEA를 주도하는 미국의 협력이 없었다면 강경대응을 주장하던 일부 IAEA 이사국을 설득하기 어려웠을 것이다. 핵물질 소동은 동맹국과의 긴밀한 공조가 국제적 현안을 해결하는 힘이 된다는 교훈을 남겼다.

일부 과학자들의 핵물질 실험의 밑바탕에는 핵의 평화적 이용에 대한 고민이 깔려 있다. 기름 한 방울 나지 않는 나라에서 발전의 40% 이상을 원자력에 의존하면서 핵연료를 자체 조달하지 못하는 것은 심각한 문제다. 핵무기는 포기했지만 핵 발전을 포기할 수는 없지 않은가. 장기적으로 한미 원자력협정을 고쳐서라도 핵연료를 생산할 수 있는 길을 찾아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