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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자가 무슨 괄시 설움 맨땅서 일군 여걸의 기적

여자가 무슨 괄시 설움 맨땅서 일군 여걸의 기적

Posted June. 22, 2003 22: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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극 여전사 황인선(27INI 스틸)이 해냈다.

일본의 파상공세를 힘겹게 막아내면서도 역습기회를 엿보던 전반 17분. 송주희가 왼쪽 미드필드에서 올린 센터링이 일본 수비수 몸을 맞고 흘러나오자 황인선이 벼락같이 달려들며 오른발로 강슛, 골네트를 흔들었다.

일본과의 14차례 A매치 끝에 첫 승을 거둔 소중한 결승골, 그리고 한국여자축구를 사상 처음 월드컵 본선으로 이끈 천금같은 골이었다.

21일 태국 방콕의 라자망갈라경기장에서 열린 제14회 아시아축구선수권 3, 4위전. 한국은 절대 열세란 전문가들의 예상을 뒤엎고 일본에 1-0으로 승리, 9월 미국에서 열리는 월드컵 본선 직행티켓을 거머쥐었다. 그리고 그 주역은 1m60, 50kg의 자그마한 황인선이었다.

황인선에게 이 골은 특별한 의미가 있다. 여자가 무슨 축구냐면서도 환갑이 넘도록 환경미화원으로 일하며 자신을 돌봐준 홀어머니(강영애씨64)에게 바치는 보은의 골이다.

황인선은 이 기쁜 소식을 어머니께 제일 먼저 전하고 싶습니다. 이젠 월드컵에서 좋은 성적을 내 어머니를 기쁘게 하겠습니다라며 목이 메었다.

황인선은 골잡이는 아니다. 중앙미드필더로 공격과 수비를 넘나들며 허리를 충실히 지키는 살림꾼이 그의 역할. 그러나 이번 대회 북한전에서도 2-2 무승부를 이루는 두 번째 골을 터뜨리는 등 결정적인 순간에는 늘 그가 있었다. 이번 대회 4골. 최고참 이명화(30)와 함께 후배들을 다독거리는 역할도 그의 몫.

그라운드에서 뛰는 게 좋아 무작정 축구를 시작한 황인선은 98년 도로공사배 대회에서 득점상과 최우수선수(MVP)를 휩쓸었고 2001년 이 대회에서 다시 MVP에 올랐다.

한국축구는 지난해 한일월드컵에서 4강신화를 엮어냈다. 이번에는 여자축구 차례다. 태극여전사들은 올 여름 미국에서 또 한번의 신화에 도전한다. 실업팀 단 두개에 대학팀도 9개 밖에 없는 열악한 여건이지만 선수들의 가슴은 뜨겁다. 황인선은 여자축구를 조금만 더 사랑해준다면 미국에서의 돌풍도 결코 꿈이 아니다라며 입술을 깨물었다.

여자대표팀은 23일 오전 8시40분 인천공항에 개선한다.

한편 북한은 결승전에서 연장후반 종료 직전 터진 리금숙의 페널티킥으로 중국을 2-1 제압하고 대회 2연패에 성공, 한국과 월드컵에 동반진출하게 됐다.



양종구 yjongk@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