獨·英 성장률 추락에 세금 줄이기, 韓은 감세논의 실종

독일 정부가 한해 70억 유로(한화 약 10조6000억 원) 규모의 ‘감세 패키지’를 내놨다. 마이너스로 떨어진 성장률을 끌어올리기 위해 연립정부 참여 정당들이 법인세 감면에 합의한 것이다. 앞서 영국 제 1야당인 노동당은 “소득세, 양도소득세 최고세율을 인상하지 않겠다”며 성장우선 정책기조를 밝혔다. 침체의 늪에 빠진 선진국들이 경제를 살리기 위해 감세, 또는증세 반대로 정책의 방향을 틀고 있다.

독일 연립정부가 합의한 ‘성장 기회법’은 중소기업을 중심으로 연간 70억 유로씩 4년간 법인세를 깎아주는 게 핵심이다. 올해 독일 경제는 선진국 중 유일하게 역성장이 예상된다. 최대 교역국인 중국의 침체로 인한 타격도 크다. 이런 상황을 타개하기 위해 좌파성향 사회민주당(SPD)이 이끄는 연립정부가 세금을 깎아주기로 한 것이다. 지방세를 포함한 독일의 법인세 최고세율은 29.9%로 유럽 국가 중에서도 높은 편이다.

영국 노동당은 진보진영에서 제기되는 고소득층 대상 부유세 신설에 반대한다는 방침을 굳혔다. 고소득자에 적용하는 45%의 소득세 최고세율도 더 높이지 않기로 약속했다. 세금인상을 주장해온 노동당이 집권할 경우 성장률이 0%대 초반으로 떨어진 경제가 더 침체될 것이란 우려를 털어내기 위해 방향을 전환한 것이다. 노동당 재무통인 레이철 리브스 의원은 “번영의 길이 세금으로 열린다고 생각하지 않는다”고 했다. 집권 보수당 리시 수낵 총리는 투자, 소비를 촉진하기 위해 상속세 폐지까지 검토하고 있다.

기업, 개인의 세금을 덜어주는 선진국들의 경쟁이 치열해지고 있지만, 한국에선 감세 논의가 잠잠해졌다. 정부 여당은 막대한 세수부족 때문에 내년 예산안, 세제개편안에 법인세, 상속세 개편 등 공격적 감세방안을 넣지 못했다. 야당인 더불어민주당은 세수부족의 원인이 현 정부의 ‘초부자 감세’ 탓이라며 세금을 더 걷어 정부 곳간을 채우자고 한다.

지방세를 포함한 한국의 법인세 최고세율은 26.4%로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평균인 23.1%보다 높다. 중국을 탈출하는 글로벌 기업들이 새 거점을 찾을 때 제일 크게 고려하는 게 법인세율이다. 최대주주 할증을 더한 상속세율은 60%로 세계 최고 수준이다. 재정압박 속에서도 선진국들이 감세를 선택하는 건 투자확대, 소비심리 회복의 첩경이자 미래를 위한 투자이기 때문이다. 한국만 경쟁에서 뒤쳐져선 곤란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