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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7세 관장의 안목

Posted February. 14, 2019 07:54,   

Updated February. 14, 2019 07:5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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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미술관 수준은 소장품의 질이 좌우한다. 1929년 소장품 하나 없이 임대 건물에서 시작한 뉴욕 현대미술관(모마)이 세계 최고의 현대 미술관으로 성장할 수 있었던 배경에는 수많은 기증자와 후원자가 있기도 하나 가치 있는 작품을 알아보고 수집해 탄탄한 컬렉션을 구축한 초대 관장 앨프리드 바의 공이 무엇보다 크다.

 미술사 최초의 입체파 작품으로 평가받는 ‘아비뇽의 아가씨들’은 모마의 위상을 한 단계 끌어올린 대표 소장품이다. 파블로 피카소가 25세 때 그린 이 그림 속엔 다섯 명의 누드 여성이 등장한다. 이들은 바르셀로나 홍등가의 창녀들이다. 오른쪽 여성들이 쓴 가면은 당시 아프리카 원시미술에 대한 작가의 관심을 반영한다. 화면 앞쪽에 있는 과일들은 ‘바니타스’, 즉 덧없음을 상징한다. 육체적 쾌락은 한순간이고 시간이 지나면 육체도 과일처럼 썩어 없어진다는 점을 상기시킨다.

 피카소는 대상의 사실적 재현이라는 회화의 오랜 전통을 과감히 버리고, 여러 시점에서 본 대상을 한 화면 안에 조합한 완전히 새로운 예술 양식을 탄생시켰다. 하지만 당시엔 이해받지 못하는 너무 충격적인 그림이라 작업실 한구석에 수년간 숨겨져 있었다. 1916년 파리 ‘살롱 도톤’전에서 처음 공개된 그림은 개인 수집가 손에 넘어간 후 1937년 뉴욕에서도 전시됐다. 이 그림의 미술사적 가치를 누구보다 먼저 꿰뚫어 본 건 바 관장이었다. 당시 모마의 형편으론 살 수 없는 비싼 그림이었지만 그는 결코 포기하지 않았다. 기존 소장품인 에드가르 드가의 그림을 과감하게 매각하고 후원자를 설득해 마련한 재원을 보태 결국 2년 만에 모마의 소장품으로 만들었다. 젊은 미술사학자로 27세에 초대 관장이 된 바는 참신하고 유능한 관장을 원했던 모마의 설립자들이 직접 인터뷰해 뽑은 인물이었다. 뛰어난 안목과 수집의 열정, 과감한 실행력과 후원을 끌어내는 능력까지 갖춘 그는 40년 가까이 모마를 이끌다가 65세에 은퇴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