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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인왕 전인지, 마음 씀씀이는 ‘퀸’

Posted December. 21, 2016 07:02,   

Updated December. 21, 2016 07: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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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016년 미국여자프로골프(LPGA)투어 신인왕 전인지(22)는 시즌이 끝났어도 여전히 바쁘다.

 고려대 국제스포츠학부 4학년인 그는 내년 2월 졸업을 앞두고 있다. “해외 투어 생활을 하느라 밀린 공부에, 요즘은 기말고사를 치르느라 정신이 없어요. 내일 스포츠 일본어만 마치면 끝인데 홀가분한 마음과 서운한 감정이 엇갈리네요. 친구들이 많이 도와줬어요.”

 20일에도 ‘운동학습 및 심리’ 시험을 보느라 고려대에서 열린 기부금 1억 원 약정식에도 늦었다. 전인지의 기부금은 ‘전인지와 함께하는 사회공헌 프로그램’ 기금으로 운용될 계획이다. 전인지는 졸업 후에도 고려대 재학생과 봉사 아이디어를 공유하고 아동, 청소년, 노인, 장애인 등 소외계층을 선정해 돕기로 했다. 9000명에 이르는 전인지 팬클럽인 ‘플라잉 덤보’ 회원들도 기금 조성에 동참한다.

 매년 아름다운 재단, 모교인 함평 골프고 등에도 자선기금을 내는 전인지는 “기부 방식에 대해 고민이 많았다. 일회성이 아니라 오래갈 수 있고 내가 직접 참여할 수 있는 방식을 찾았다. 앞으로 대회를 거르고라도 한국에 와서 팬들과 함께 봉사에 참여할 생각이다”라고 말했다.

 지난해 이맘때 설레는 마음으로 LPGA투어에 도전하겠다고 밝힌 전인지는 어느새 한국여자골프의 새로운 에이스로 떠올랐다. 에비앙 챔피언십에서 역대 최소타 기록으로 정상에 올랐으며 LPGA투어 신인상뿐 아니라 베어트로피(최저타수상)까지 차지했다. 세계 랭킹은 한국 선수 가운데 최고인 3위까지 올랐다. “올해 좋은 일이 참 많았어요. 꾸준히 톱10에만 들자는 게 목표였는데 기대 이상의 성적을 거뒀습니다. 혼자 한 게 아니라 주위에서 도와주는 분들이 많았던 덕분입니다. 학교에 오면 사인이나 사진을 찍자는 학생들이 부쩍 늘어 신기할 정도예요.”

 하지만 전인지는 크고 작은 부상에 시달리며 눈물을 쏟기도 했다. 치료를 위해 시즌 초반과 막판에 필드를 떠나 있기도 했다. 지난달 시즌 종료 후 5주 동안 허리 회복에만 매달린 이유다. 전인지는 “시련을 통해 단단해질 수 있었다. 미국에서 귀국할 때 골프채를 아예 매니저 집에 두고 왔다. 골프를 시작한 이후 이렇게 오랫동안 공을 안 친 적은 처음이라 몸이 근질근질할 때도 있다. 다행히 몸이 좋아진 걸 느끼고 있다”고 말했다.

 20일 한 달여 만에 처음 골프연습장에 들러 가볍게 몸을 푼 전인지는 내년 1월 3일 미국 올랜도로 출국해 2017시즌을 대비한 훈련에 들어간다. “새해 가장 큰 소망은 무엇보다 아프지 않는 거예요. 그래야 앞만 보고 달릴 수 있으니까요. 응원 많이 해주세요.”



김종석 kjs0123@donga.com · 임보미 bom@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