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당일 머리 올린 박 대통령, 남은 5시간 반은 뭐했나

당일 머리 올린 박 대통령, 남은 5시간 반은 뭐했나

Posted December. 08, 2016 07:53,   

Updated December. 08, 2016 08: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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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년 전 세월호 참사 당일에 박근혜 대통령이 서울 강남의 유명 미용사를 청와대로 불러 ‘올림머리’를 하느라 90분 이상 걸렸다는 보도가 나왔다. 해당 미용사는 아침에 대통령의 머리를 만졌으나 오후 민방위복을 입고 중앙재난안전대책본부에 가는 상황에 맞춰 일부러 머리를 부스스하게 다시 손질했다는 방송보도도 있다. 청와대는 “당일 미용사 2명이 오후 3시 20분경부터 1시간 정도 청와대에 머물렀고 머리 손질에 걸린 시간은 20분”이라고 해명했다. 많은 국민, 특히 자식가진 부모들은 대통령이 올림머리를 하는 데 90분이 걸렸든, 20분이 걸렸든 300명 넘는 아이들이 침몰하는 순간에 머리손질을 할 여유가 있느냐고 분노하고 있다.

 세월호 당일 박 대통령이 오후 3시 재난안전대책본부 방문을 지시하고 4시반 청와대를 출발하기까지 1시간 반은 미용사들이 머리와 화장을 다듬은 1시간 27분과 거의 겹친다. 이 시간에 박 대통령은 정무수석실과 외교안보수석실의 서면보고를 받았다고 하니 머리를 올리면서 서류를 읽었다는 말이 된다. 그렇다면 문제의 7시간 중에 1시간 반 머리를 올렸다고 하면 나머지 5시간 반은 무엇을 했는지 궁금하다.

 대통령의 ‘세월호 7시간’을 놓고 밀회를 했느니, 굿판을 벌였느니, 미용시술을 받았느니 온갖 억측이 분분했다. 박 대통령은 2차 담화에서 “굿을 했다는 이야기까지 나오는데 결코 사실이 아니다”라고 스스로 해명해야 했다. 청와대 전현직 간호장교 2명은 조율된 듯한 이틀 연속 기자회견에서 그날 아무 시술도 하지 않았다고 했다. ‘아니다’라는 뒷북 해명만 늘어놓는 것이 갈수록 의심을 증폭시킨다는 사실을 청와대만 모르는 듯해 답답하다. 이영석 경호실 차장이 4일 국정조사에서 “(세월호 당일) 외부에서 들어온 인원은 없는 것으로 확인됐다”고 한 말도 계약직 미용사들의 출입으로 거짓이 됐다.

 새누리당 비박(비박근혜)계가 탄핵 찬성표를 더 확보하려면 탄핵소추안에서 세월호 7시간을 빼달라고 요구했으나 야당이 받아들이지 않았다. 야당은 소추안을 발의할 때 박 대통령이 세월호 참사를 수습하지 못한 것은 헌법 10조(생명권 보장)를 위반한 것이라고 명시했다. 야당이 찬성표를 늘리려는 고민은 필요하겠지만 7시간 문제는 국가 최고지도자로서 당연히 해야 할 일을 제대로 하지 않은 부작위(不作爲)를 따지는 중요한 사안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