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탄핵절차는 밟아가되 대통령 임기단축도 논의해보라

탄핵절차는 밟아가되 대통령 임기단축도 논의해보라

Posted December. 01, 2016 07:11,   

Updated December. 01, 2016 07: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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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야 3당 대표가 어제 ‘국회가 대통령 임기 단축을 결정해 달라’는 박근혜 대통령의 제안을 거부하고 여야간 협상은 없다고 못 박았다. 정세균 국회의장이 주재한 회동에서도 더불어민주당과 민주당 원내대표는 대통령 퇴진 협상을 시작하자는 정진석 새누리당 원내대표의 요구를 일언지하에 거절하면서 탄핵에 집중하겠다고 밝혔다. 아무리 야당이 정국 주도권을 쥐고 있다고는 하나 국가위기 상황에서 대통령의 진퇴를 위한 협상조차 거부하는 것은 정치 포기나 다름없다.

 박 대통령이 비선 실세 최순실 씨의 국정농단과 관련해 ‘주변 관리를 잘못했다’고 방어선을 쳐놓고 진퇴 결정을 국회에 떠넘긴 데 대해 다수 국민이 공감하지 못하는 것은 사실이다. 탄핵소추안의 국회 표결을 앞두고 대통령 퇴진 일정 협상에 나설 경우 탄핵의 동력이 떨어진다는 야당의 우려도 일리가 없지 않다. 그러나 탄핵안 표결을 2일 하든 9일 하든 새누리당 비박계의 도움 없이는 야권 단독으로 가결이 불가능하다. 그렇다면 ‘9일 탄핵안 표결’을 목표로 잡더라도 청와대 및 여당과 협상을 마냥 외면할 일은 아니다. 

 9일 국회에서 탄핵안이 가결되면 박 대통령의 권한은 정지되고 황교안 총리의 대통령권한대행 체제로 전환된다. 헌법재판소가 탄핵 소추를 한 뒤 대통령선거를 치르기까지 황 총리보다는 야당이 추천하는 책임총리가 나라를 이끄는 것이 야당에도 좋을 것이다. 탄핵에 앞서 다소 시간 여유를 갖고 책임총리를 세우는 문제를 논의해볼 필요도 있다. 그런 의미에서 박 대통령이 한달 전 책임 총리를 추천하라고 제의했을 때 야당이 기회를 놓친 것은 실착이다. 

 당초 ‘질서 있는 퇴진’은 문재인, 안철수 전 대표를 비롯해 야당에서 먼저 거론했던 것이다. 야당은 당초 헌법적 질서인 탄핵은 거들떠보지도 않았다. 그랬던 야당이 박 대통령의 국회 추천 총리 제의도 무시하고 탄핵으로 돌아서더니 이젠 조기 퇴진 일정을 정해달라는 제의마저도 걷어차고 있다. 이렇게 야당이 너무 오락가락해서는 신뢰가 가지 않는다. 이러다가 대통령 탄핵이 국회 또는 헌재에서 불발이 되면 어쩔 것인가. 탄핵은 여유를 갖고 진행하면서 예측 가능한 조기 퇴진 일정을 마련하는 것도 좋은 방법이 될 수 있다.

 새누리당은 행여 대통령 퇴진 협상을 탄핵 철회와 결부시킬 생각은 말아야 한다. 그렇게 한다면 박 대통령의 제의는 탄핵을 피하기 위한 꼼수가 될 뿐이다. “탄핵 불가”를 외치는 친박계는 여야 협상에 낄 자격조차 없다. ‘탄핵 시계’가 작동을 시작했고 박 대통령이 조기 퇴진 의사까지 밝힌 마당에 친박계가 할 일은 새누리당의 수술과 여야 간 협상을 위해 자리를 비켜주는 것이다.



이진녕 jinnyong@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