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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PEC 회의서 정상회담 한번 못한 황 총리

Posted November. 22, 2016 07:12,   

Updated November. 22, 2016 07: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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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페루 리마에서 19∼20일(현지 시간) 열린 아시아태평양경제협력체(APEC) 회의에서 21개 회원국 정상들이 보호무역주의를 배격하고 자유무역을 수호하자는 공동 성명을 채택했다. 미국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 당선 이후 급물살을 타는 민족주의와 고립주의에 제동을 걸겠다는 취지다.

 선진국을 중심으로 특정 이념이나 주의와 상관없이 자국 이익을 극대화하는 보호무역주의로 이미 돌아선지 오래다. 지난해 기준 G20 국가의 외국인 직접 투자금액은 금융위기 직전보다 40% 감소했고 국가 간 은행대출은 최근 2년 동안 2조6000억 달러 가량 줄었다. 겉으로 자유무역을 강조하면서 속으로는 자국 일자리와 국내총생산 증대에 효과가 큰 내수에 전력투구한 결과다. 버락 오바마 미국 대통령이 마지막 해외순방의 종착역 페루에서 환태평양경제동반자협정(TPP)의 중요성을 강조했지만 트럼프 당선자가 ‘최악의 협정’이라고 비난해 실현 가능성은 뚝 떨어졌다.

 2차 세계대전 이후 처음으로 주요2개국(G2)과 신흥국이 동시다발적으로 국수주의로 몰려가고 있다. 자국의 이익을 키우려면 다른 나라의 이익을 줄여야 한다는 사고가 지배하는 세상에서 경제협력은 정치적 구호에 그칠 뿐이다. 영국 이코노미스트지 최신호는 세계를 지금보다 더한 위험에 빠뜨릴 수 있는 ‘뉴 내셔널리즘’이라고 우려했다. 무역을 통한 파이가 줄면 빈곤층의 생활고는 더 심해지고 빈부 격차는 더 벌어질 수밖에 없다는 경고다.

 한국은 저소득층과 자산 하위층 가구를 합친 ‘경제적 취약계층’이 국내 전체 가구의 40%에 이른다. 영국의 브렉시트와 미국의 트럼프 열풍을 초래한 중산층 이하의 박탈감이 우리 사회에 눌려져 있고 언제 폭발할지 모를 지경이다. 박근혜 대통령을 대신해 APEC회의에 참석한 황교안 총리는 ‘자유무역 찬가’만 공허하게 외쳤을 뿐 주최국인 페루 대통령 말고는 정상회담 한번 못하고 돌아왔다. 이것이 지금 한국이 처한 엄중한 현실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