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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감장서 ‘미르 의혹’에 입 닫은 전경련 부회장의 국회 경시

국감장서 ‘미르 의혹’에 입 닫은 전경련 부회장의 국회 경시

Posted October. 13, 2016 07:30,   

Updated October. 13, 2016 07:4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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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미르·K스포츠재단 의혹과 관련해 어제 국회 국정감사 증인으로 나선 이승철 전국경제인연합회 상근부회장이 의원들의 질문에 대부분 답을 거부했다. 이 부회장은 실제 모금 주체, 청와대와의 사전 논의 여부, 강제적 모금이라는 경총 회장 발언의 진위 등에 대해 “수사 중인 사안”이라는 말로 피해갔다. 야당 의원들은 형사소추를 당하거나 유죄 판결을 받을 가능성이 있을 때만 증언을 거부할 수 있도록 한 ‘증언·감정 등에 관한 법률’ 위반이라고 반발했다. “어마어마한 권력이 뒤에 있거나 이 부회장 스스로 권력이라고 생각하는 것 아니냐”는 박영선 더불어민주당 의원의 지적에 공감이 간다.

 두 재단이 향후 5년 간 355억 원을 추가로 모금할 계획이라는 소문, 미르재단이 새마을운동사업에까지 손을 뻗쳤다는 의혹이 꼬리에 꼬리를 무는 상황이다. 의혹의 실마리를 풀 열쇠를 쥔 이 부회장이 국감에서 입을 닫는 것은 국회를 경시하는 행위다. 비선 실세라고 불리는 최순실(최서원으로 개명) 씨 등에 대한 증인 채택은 새누리당 반대로 무산되고 기껏 나온 증인은 입에 자물통을 채우고 있으니 미르는 이 정부에서 성역(聖域) 중의 성역이 돼버렸다.  

 전경련 해체 주장에 대해 청와대 내부에서는 비공식적으로 반대의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대형 재난이 발생했을 때 기업 모금을 주도하는 등 순기능이 많다는 것이다. 유일호 경제부총리는 최근 “전경련 해체는 자체적으로 결정할 일”이라고 했지만 전경련의 활용가치가 여전히 크다는 게 정권의 진심일 것이다. 전경련이 모금을 주도했다며 총대를 메고 나서자 청와대, 정부, 여당이 똘똘 뭉쳐 전경련을 철통처럼 비호하는 모양새다. 기재부 최상목 1차관이 웃음기 가득한 얼굴로 국감장에서 전경련 이 부회장의 어깨를 친근하게 툭 치는 보도 사진은 전경련과 정권 간의 끈끈한 관계를 잘 보여주는 듯하다.

투기자본감시센터가 지난달 말 이 부회장, 안종범 청와대 정책조정수석 등 81명을 고발함에 따라 검찰이 그제부터 미르 관련 수사에 착수했다. 하지만 정치권력이 관여한 수사에 늘 소극적인 검찰이 이번 의혹을 명쾌할 것 같지 않다. 박지원 국민의당 비상대책위원장은 수사 결과를 보고 특검을 준비한다지만 국회 선진화법에 막힐 가능성이 높다. 최 씨나 안종범 경제수석은 부르지도 못하고 이 부회장은 입을 닫은 국감을 뭐하러 하는지 모르겠다. 



홍수용기자 legman@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