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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해공항으로 되돌아간 ‘영남권 신공항’ 합리적 결정이다

김해공항으로 되돌아간 ‘영남권 신공항’ 합리적 결정이다

Posted June. 22, 2016 07:14,   

Updated June. 22, 2016 07:4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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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프랑스 파리공항공단엔지니어링(ADPi)과 국토교통부가 지금의 김해공항을 확장하는 방안이 최적의 대안이라고 어제 결론 내렸다. 영남권 신공항 건설에 대한 사전타당성 연구용역을 맡은 ADPi는 “옵션 2개(밀양, 가덕도)를 비교하는 것이 아니라 완전히 ‘제로’에서 새로 시작했다”며 “가덕도, 밀양을 포함한 영남권 35곳 후보지를 놓고 항공안전과 경제성, 접근성, 환경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한 결과 김해공항 확장이라는 결과를 도출했다”고 밝혔다. 이에 따라 부산 가덕도나 경남 밀양 중 한 곳에 영남권 신공항을 건설한다는 계획은 취소됐지만 ‘김해공항 리모델링’을 분명한 대안으로 제시했다는 점에서 완전 백지화라고 하기는 어렵다.

 천영우 한반도미래포럼 이사장은 이달 17일 본보에 기고한 칼럼에서 김해의 공군기지를 한적한 여수공항으로 옮기고 김해공항을 확장하는 것이 훨씬 합리적임에도 상식과 이성이 발붙이지 못했다고 주장했다. 그의 말이 옳았음이 이번 ADPi 용역결과를 통해 드러났다. 밀양이 고향이고 부산에서 대학을 다닌 천 이사장은 이명박 대통령 시절 대통령외교안보수석비서관을 지내 이 문제를 심층적으로 들여다볼 전문성을 지녔다고 할 수 있다.

 2013년 한국공항공사가 맡았던 ‘김해공항 활주로 용량 증대 방안 연구용역’에서도 김해공항 확장을 유효한 대안으로 제시했으나 이 역시 신공항 지지자들에 의해 “신공항 사업을 백지화하려는 정부의 물타기 전략”이라고 무시됐다. 2011년 신공항 입지 평가에서도 가덕도는 접근성, 밀양은 안전성과 환경 문제 등이 지적돼 백지화의 명분이 됐다. 가장 합리적인 방안을 바로 곁에 두고 지난 10년간 신공항 건설 문제로 영남권이 둘로 갈려 지역 갈등과 분열을 키우고 국력을 낭비한 것이 안타깝다.

 그동안 신공항 문제를 놓고 부산과 대구-경북-경남-울산의 지방자치단체장, 정치인, 경제인들은 과열 경쟁을 벌였다. 일각에서는 내년 대통령선거를 앞두고 여권의 텃밭인 영남권이 분열되는 것을 우려한 정치적 고려가 작용한 결과라는 해석도 나온다. 지자체에 따라서는 이번 결정이 다소 실망스럽더라도 지역 이익보다 국가의 미래와 발전을 우선시해야 한다는 대승적 차원에서 수용하고 지역주민 설득에 앞장서야 할 것이다.

 선거 때 표를 얻기 위한 포퓰리즘 차원에서 국책사업을 이용하는 정치권의 잘못된 관행도 사라져야 한다. 행정수도, 혁신도시, 첨단의료복합단지, 국제과학비즈니스벨트 건설 논란에서 보았듯이 우리는 그 후유증을 겪을 만큼 겪었다. 일부 지방 공항들이 항공 수요가 없어 고추말리기 용도로 전락한 것이나, 10년간 끌어온 영남권 신공항 논란도 마찬가지다. 내년 대선주자들은 국책사업을 선거에 이용하지 않겠다는 선언부터 해야 할 것이다.



이진녕 jinnyong@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