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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태환과 이중처벌

Posted May. 05, 2016 07:40,   

Updated May. 05, 2016 07:4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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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헌법 13조 후반부는 ‘모든 국민은 동일한 범죄에 대하여 거듭 처벌받지 아니한다’라고 규정했다. ‘이중처벌금지 원칙’으로 일사부재리 원칙이라고도 한다. 동일한 범죄로 거듭 두 번 처벌받지 않는다는 원칙이다. ‘이태원 살인사건’에서 이미 무죄판결을 받았던 에드워드 리가 1월 진범 재판 때 공범으로 지목됐지만 처벌이 추가되지 않았던 것이 최근 사례다. 다만 현행 법체계에서 형벌과 함께 부과하는 신상공개나 면허취소 같은 행정처분은 이중처벌로 보지 않는다.

 ▷‘마린보이’ 박태환의 국가대표 선발을 놓고 갑론을박이 한창이다. 2014년 금지약물 양성반응을 보여 국제수영연맹(FINA)으로부터 18개월 자격정지를 당했던 그가 향후 3년 간 국가대표가 될 수 없다는 대한체육회 규정이 논란의 핵심이다. 박태환의 국가대표 복귀를 바라는 쪽에서는 체육회 규정이 이중처벌이라고 목소리를 높인다. 약물에는 무관용 원칙을 적용하라는 반대편은 국가대표 탈락을 징계에 덧붙인 행정처분 정도로 보는 듯하다.

 ▷국민의당 박지원 원내대표는 어제 “박태환 선수가 꼭 리우올림픽에 출전할 수 있도록 해줄 것을 간곡히 부탁드린다”고 말했다. 그는 전날 페이스북에도 같은 내용의 글을 올렸다. 박용만 대한상의 회장도 “언제부터 국제기준보다 더 엄격한 규범을 우리가 적용해 왔느냐”며 박태환을 도와달라고 3일 페이스북에 썼다. 유정복 인천시장은 2일 기자회견을 열어 ‘박태환 살리기’ 포문을 열었다. 이들 정·재계 인사의 성원 배경에는 박태환이 약물복용 죗값을 모두 치렀다는 생각이 깔려 있다.

 ▷박태환은 4월 동아수영대회에서 남자선수로는 유일하게 4개 종목 모두 올림픽 출전기록을 통과했고 자유형 400m에서는 올 시즌 세계 4위 기록을 냈다. 어느덧 노장(老將)이 된 박태환 개인의 명예는 회복됐다고 생각한다. 2011년 국제올림픽위원회(IOC)는 약물 징계가 끝난 선수의 올림픽 출전을 금지하는 이중처벌 규정을 없앴고 각국도 이를 따르도록 권고했다. 박태환을 구제하지 않더라도 체육회 규정을 글로벌스탠더드에 맞추는 것은 필요하다.

이 진 논설위원 leej@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