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더민주 오너 문재인, “당 정체성 바꿀 생각 없다”

더민주 오너 문재인, “당 정체성 바꿀 생각 없다”

Posted March. 26, 2016 07:31,   

Updated March. 26, 2016 07:4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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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더불어민주당 문재인 전 대표가 4·13 공천이 끝나자 기다렸다는 듯이 전면에 나섰다. 그는 그제 “요즘 우리 당 정체성 논쟁은 관념적이고 부질없다”며 김종인 비상대책위원회 대표의 정체성 시비를 비판했다. 김 대표는 전날 비례대표 공천 파동 이후 당에 복귀하는 기자회견에서 “일부 세력의 정체성 논쟁을 해결하지 않으면 수권 정당으로 가는 길은 요원하다”며 무려 6번이나 정체성을 거론했다. 당의 정체성에 대한 실세대표와 임시대표의 인식차가 분명히 드러났다.

 문 전 대표는 운동권 세력을 배제해야 한다는 주장에 대해 “한쪽 면만 본 것”이라고 선을 긋고 “선거에서 이기려면 중도와 합리적 보수로 더 확장해야 한다”고 말했다. 김 대표의 영입은 당의 체질을 바꾸는 것과는 거리가 먼 보완임을 밝힌 것이다. 문 전 대표는 오히려 지난 총선식의 묻지마 야권연대를 통해 기존 당의 체질을 더 강화하고 있다. 그는 정의당은 물론이고 위헌 정당으로 해산된 통합진보당 출신의 무소속 ***후보와의 연대도 적극 지지하고 나섰다. 문 전 대표가 실세로 있는 한 더민주당의 정체성이 변할 것으로 기대하기 어렵다는 것이 다시 한번 확인됐다.

 “미국 민주당처럼 진보 보수까지 껴안는 대단히 스펙트럼이 넓은 정당을 모델로 삼아야 한다”는 문 전 대표의 말을 보면 자신은 기존 지지층인 진보층을 붙잡고, 김 대표에게는 보수층을 껴안게 하는 전략인 듯하다. 하지만 당의 정체성에 대한 인식부터 다른 쌍두마차가 잘 굴러갈 수 있을지 의문이다. 말이 역할 분담이지 문 전 대표가 전면에 나서는 것은 김 대표의 효용가치가 끝나가자 친노·운동권 세력의 주도권 재장악이라고 볼 수밖에 없다.

 문 전 대표의 등장으로 ‘바지사장’임이 확실해진 김 대표는 어제 “누가 운동권을 배제한다고 그랬나”라면서도 “기본적으로 국민이 바라는 정체성 쪽으로 당이 흘러가야 한다”고 토를 달았다. 5선 비례대표를 받아 노욕을 채우는 대신 더민주당이 중도로 확장하는 구색으로서의 역할에 충실할 모양이다. 그러나 멀리 보면 그런 정체성을 가진 정당으로는 절대로 다수당이 될 수 없고 대권도 넘보기 어렵다는 것을 명심해야 한다.



송평인기자 pisong@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