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청와대-박원순 서울시장의 볼썽사나운 누리과정 말싸움

청와대-박원순 서울시장의 볼썽사나운 누리과정 말싸움

Posted February. 06, 2016 07:20,   

Updated February. 06, 2016 07: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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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박원순 서울시장은 어제 한 라디오방송 인터뷰에서 현기환 청와대 정무수석이 2일 국무회의가 끝난 후 자신에게 언성을 높인 일에 대해 “(현 수석이) 서울시민에게 사과해야 할 일”이라고 촉구했다. 현 수석이 당시 국무회의에서 박 시장이 박근혜 대통령과 누리과정 예산을 놓고 공방을 벌인 일을 두고 “국무회의를 국회 상임위처럼 하면 어떻게 하느냐”면서 고성을 지르며 항의했다는 것이다. 청와대는 “대통령도 계신데 고성을 지를 분위기는 아니었다”고 반박했지만 설전이 오간 것은 틀림없는 것 같다.

 당시 국무회의 상황에 대한 청와대와 서울시의 주장을 종합해 보면 박 시장이 지방교육재정교부금이 누리예산을 감당하기에 부족하다고 하자 박 대통령은 “지난해 시도지사-교육감 협의회에서 지방교육재정교부금에 누리예산을 포함하는 방안에 찬성하지 않았느냐”고 반박했다. 이에 박 시장은 “교육재정 여건에 대해 이견이 있으니 대통령이 관련 당사자 전체 회의를 소집해 근본적인 대안을 마련하는 것이 필요하다”고 제안했다.

 국무위원이 아닌 박 시장은 의결권이 없지만 발언권은 있다. 중앙정부와 시도교육청의 누리예산 갈등에 박 시장은 직접적인 당사자는 아니지만 긴급예산 편성 등 영향을 받는 자치단체장인 만큼 의견을 낼 수 있다. 박 대통령과 허심탄회하게 토론을 벌여 명확한 차이점을 찾아냈다면 문제 해결에 도움이 될 수도 있다. 그럼에도 청와대 비서가 회의장 밖에서 언성을 높이고 유일호 경제부총리와 이준식 사회부총리가 브리핑까지 열어 비판한 것은 충성경쟁같이 보여 민망하다. 국무회의가 장관들이 대통령의 말씀을 받아쓰기만 하는 장소는 아니지 않나.

 하지만 박 시장도 옵서버로 참석할 국무회의에서 자꾸 끼어들어 공방을 벌이는 것이 예의는 아니다. 박 시장은 지난해 12월 황교안 국무총리가 주재한 국무회의에서는 취업준비생에게 월 50만 원씩 지급하는 서울시 ‘청년수당’ 정책을 놓고 장관들과 설전을 벌였다. 이번에도 박 대통령이 연도나 회의 이름을 착각한 사소한 실수를 꼬투리잡거나 ‘나는 합의에 찬성한 것이 없다’는 식으로 말꼬리를 잡았다. 현 수석에게 서울시민에게 사과하라고 요구한 것도 지나치다.

 누리예산과 관련해서는 중앙정부나 교육청 중 어느 쪽 손을 선뜻 들어주기 어렵다. 중앙정부가 누리예산을 고려해 지방교육재정교부금을 1조3000억 원 늘려준 것은 틀림없지만 전체 누리예산 4조 원에 못 미친다. 박 대통령이 2012년 대선 공약으로 누리과정을 이명박 정부 때의 5세에서 3∼5세로 확대하는 바람에 시도교육청 부담이 커졌다. 하지만 시도교육청도 학생 수 감소 등에 따라 생기는 여유분을 누리예산으로 적극적으로 돌려야 한다. 중앙정부와 시도교육청은 정략을 떠나 옳은 대안을 찾으려면 상대에게 귀를 더 열어야 한다.



송평인기자 pisong@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