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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국의 본심, 환추시보

Posted February. 06, 2016 07:20,   

Updated February. 06, 2016 07: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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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중국 공산당 기관지 런민일보의 자매지인 환추시보(The Global Times)는 어제 사설에서 미국의 버락 오바마 대통령을 “속 좁고 대국 지도자의 품격이 없다”고 비난했다. 오바마 대통령이 4일 뉴질랜드의 환태평양경제동반자협정(TPP) 서명식에서 “중국 같은 나라가 아닌 미국이 21세기 무역 규칙을 써야 한다”고 발언한 것에 발끈한 것이다. 중국 관영매체가 외국에 쓴소리를 하는 것은 그렇다 쳐도 상대국 정상을 인신공격하는 것은 유별나다. 환추시보는 중국 내셔널리즘의 민낯을 자극적으로 표출하다 보니 형님 격인 런민일보보다 더 관심을 끈다.

 ▷환추시보는 최근 한반도 사태에도 자주 의견을 피력했다. 북의 4차 핵실험 직후엔 ‘핵무력은 북한의 국가적 운명을 변화시킬 수 있는 돌파구가 될 수 없다’는 사설로 비판했지만 이후 대북 제재에 관해선 “중국은 북한 정권 ‘죽이기식’ 안보리 결의에는 반대할 것”이라며 선을 그었다. 특히 한국에 대해 “미국의 한 개 ‘바둑알’에 불과하다”며 얕잡아보는 시각을 드러냈다. 우리의 고고도미사일방어(THAAD·사드) 체계 도입 검토에 대해서도 “중국의 안전이익을 위험에 빠뜨릴 것”이라며 노골적으로 견제하고 나섰다.

 ▷이 신문이 북을 일방적으로 감싸기만 한 것은 아니다. 북의 장거리미사일 발사 움직임을 겨냥해 “위험의 극한으로 다가가고 있는 것”이라거나 “만약 위성을 쏜다면 새로운 대가를 치르게 될 것”이라는 경고로 생색을 냈다. 큰 흐름에서 보면 북의 핵과 미사일을 비판하되 강경한 대북 제재에 나서지 않을 것이라는 중국의 방침을 때론 직설적이고, 때론 정제되지 않은 변주(變奏)로 충실히 전한다.

 ▷베이징 외교가에선 환추시보가 미국 일본 한국을 보는 중국 당국의 속마음을 내비치는 거울 역할을 한다는 관측이 많다. 특히 사설의 경우 문구 하나까지 검열을 받기 때문에 관(官)의 입장에서 벗어날 수 없다. 북의 도발로 한반도 긴장이 고조되는 상황에서 이런 매체를 통해서라도 중국의 기류를 헤아려야 하는 불통의 한중 관계가 갑갑하다. 

한 기 흥 논설위원 eligius@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