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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아트, 세계시장서 '미술한류' 여나

Posted January. 05, 2016 10:3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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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본과 중국에 이어, 바야흐로 한국 미술의 시대다.

영국 파이낸셜타임스가 발행하는 고급생활용품 전문 주간지 하우 투 스펜드 잇 최근호는 Korea Driven(한국이 주도하는)이라는 표제의 커버기획기사에서 한국이 글로벌 미술계의 주역으로 자리 잡았다고 전했다. 1986년 처음으로 이탈리아 베니스 비엔날레에 참가했던 한국이 지난해 세계 주요 미술제, 유수 갤러리 기획전, 미술경매시장에서 괄목상대할 성과를 냈다는 것. 미국 뉴욕타임스도 1일 한국의 단색화가 제대로 평가받는 한 해가 될 것이라고 보도했다. 한류의 다음 주인공은 한국미술 K아트라는 얘기는 국내 미술계에만 떠도는 흰소리가 아니다.

특히 지난해 베니스 비엔날레에서 임흥순 작가(47)가 한국인 최초로 본전시 은사자상을 받은 것을 계기로 한국 미술이 단순한 흥미의 대상이 아닌, 무시 못 할 존재감의 파워그룹으로 격상됐다는 평가다.

한국 미술에 대한 관심이 일시적 유행이 아닌 근거는 경매시장에서 뚜렷이 드러난다. 지난해 서울옥션 홍콩 경매에서 김환기 화백의 유채화는 47억2100만 원에 팔려 한국 현대미술 경매 최고 낙찰가 기록을 경신했다. 단색화 그룹의 대표작가 박서보 정상화 씨의 작품은 소더비 홍콩 경매에서 7억 원대에 거래됐다.

이상규 K옥션 대표는 해외의 큰손 미술품 수집가들은 막 스포트라이트를 받기 시작한 한국 미술 작품이 더 높게 평가받을 여지가 충분하다고 판단한다. 아직 저렴하다는 심리와 지금 구매해도 가치 급락의 우려가 없다는 믿음이 한국 미술의 시장가치를 끌어올리는 동력이라고 했다.

지난해 말 미국 뉴욕 패로탱 갤러리에서 열린 정창섭 개인전, 15일 개막하는 영국 런던 화이트큐브 갤러리의 박서보 개인전에서 보듯 K아트 돌풍의 핵심은 분명 단색화다. 하지만 갈수록 단색화에 국한되지 않고 다양한 세대와 개성의 작가가 주목받는 것도 긍정적 현상으로 평가된다. 인체를 본뜬 오브제에 문신을 새겨 넣고 촬영한 김준 씨(50)의 작품은 지난해 영국 런던 필립스 경매에서 약 3800만 원에, 한지 작가 전광영 씨(72)의 작품은 런던 소더비 경매에서 약 7600만 원에 낙찰됐다.

경매 낙찰금액은 단색화에 미치지 못하지만, 서구의 현대미술 기법을 자신만의 도구로 변용한 현재진행형 작가들로 인해 한국 미술에 대한 관심이 수십 년 전 피어난 단색화에만 고착되지 않고 있는 것이다. 지난해 베니스 비엔날레 한국관 작가로 동갑내기인 문경원 전준호 씨(46), 옹기 파편을 조각 재료로 활용하는 이수경 씨(53), 나무추상조각가 이재효 씨(51) 등도 해외 미술계의 이목을 끄는 작가로 꼽힌다.

최윤석 서울옥션 이사는 특정 한국 작가가 아니라 한국 미술 전반에 대한 관심이 어느 때보다 높아진 건 틀림없지만, 젊은 작가들이 글로벌 미술시장에서 확실히 주목받게 됐다고 보기는 아직 조심스럽다며 전 세계 개인 컬렉터와 미술관이 단색화를 재평가하면서 그 전후() 작품에도 조금씩 관심을 확대하고 있다고 봐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손택균 기자 sohn@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