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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이 적발한 폴크스바겐의 꼼수, 남의 일만은 아니다

미국이 적발한 폴크스바겐의 꼼수, 남의 일만은 아니다

Posted September. 24, 2015 07: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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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남아시아와 남미 등 신흥경제국들의 통화가치가 추락하면서 몇몇 국가는 외환위기가 임박했다는 관측이 글로벌 금융시장에 나돈다. 22일 말레이시아 링깃화와 인도네시아 루피아화 가치가 1997년 태국의 바트화 폭락을 신호탄으로 동남아와 한국을 삼킨 아시아 외환위기 때의 최저점 수준에 근접했다. 브라질의 헤알화와 남아프리카공화국의 랜드화 가치도 사상 최저 수준으로 떨어졌다. 이들 신흥국들의 부도위험을 나타내는 지표 역시 연일 치솟고 있다.

신흥국 경제 불안 최대 요인은 세계 최대 신흥경제국인 중국의 경기 불안이다. 크리스틴 라가르도 국제통화기금(IMF) 총재도 그제 중국 경제의 성장 둔화가 예상보다 큰 위험요인이라고 우려했다. 미국 국빈방문에 나선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이 증시는 다시 회복됐고 조정과정을 끝냈다며 자신감을 내비친 것과는 대조적인 진단이다. 어제 중국 정부가 발표한 9월 제조업 지수는 2009년 3월 이후 6년 반만의 최저치인 47.0으로 시장의 예상을 밑돌았고 이 여파로 아시아 각국 주가는 일제히 급락했다.

외환위기하면 IMF 위기를 떠올리게 되는 한국은 어제 코스피가 37포인트 떨어지고 원-달러 환율이 12원 상승(원화가치는 하락) 했다. 통화가치나 국가부도지표 면에서 아직까지는 심각한 위험신호에 직면하진 않았다고 볼 수 있다. 내수와 수출이 모두 부진한 속에서도 경상수지 흑자가 이어지고 외환보유액도 충분해 다른 신흥국들보다는 사정이 양호하다.

그러나 한국처럼 외부 변수에 취약한 경제 구조에서 해외 발() 위기 조짐을 무시하거나 과소평가하다간 큰 코 다칠 수 있다. 국가채무와 가계부채가 늘어나는 가운데 기업부채도 빠르게 증가하고 있고, 기업실적이 나빠지면서 영업이익으로 이자비용도 갚지 못하는 좀비기업이 늘어나는 것은 특히 심상치 않은 징조다.

1997년 외환위기 전 한국 정부가 추진한 노동금융개혁, 그리고 기아자동차 부실처리가 야당과 이해집단의 반발로 장기간 삐걱거리면서 개혁 역량에 대한 회의가 해외 투자자들 사이에서 확산됐다. 그때의 뼈아픈 교훈을 잊어선 안 된다. 성장 투자 소비 수출 같은 경제 지표 개선 노력과 함께, 미흡하나마 노사정이 합의한 노동개혁과 부실기업 구조조정에서 성과를 내는 것이 제 2의 외환위기를 막는 확실한 해법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