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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박 정몽준의 압도적 승리, 정치변화의 신호탄인가

비박 정몽준의 압도적 승리, 정치변화의 신호탄인가

Posted May. 13, 2014 06:5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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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몽준 국회의원이 어제 김황식 이혜훈 후보를 압도적인 표차로 누르고 새누리당의 64지방선거 서울시장 후보로 선출됐다. 정 후보는 당선 직후 새정치민주연합 후보인 박원순 시장의 서울시 행정에 대해 기업이라면 수십번 부도가 났을 것이라고 비판의 날을 세웠다. 박 시장은 이날 오전 이례적으로 국회를 찾아 기자회견을 열고 새누리당 후보를 향해 조용한 선거, 정책 선거, 네거티브 없는 선거를 하자고 제안했다. 초장부터 신경전이 뜨겁다.

새누리당은 서울시장 후보를 끝으로 17개 시도 광역단체장 후보를 모두 확정했다. 새정치연합이 오늘 전북도지사 후보를 결정하면 광역단체장 선거의 여야 대진표가 완성된다. 여야의 기초단체장, 기초의원, 광역의원 후보 선출은 지역별로 아직 진행 중이다. 세월호 참사의 여파로 다른 때보다 후보 선출이 한참 늦어졌지만 1516일 후보 등록을 마치면 본격적으로 지방선거의 막이 오르게 된다.

새누리당의 광역단체장 후보 선출은 비박(비박근혜) 계의 약진, 친박(친박근혜) 계의 고전이 두드러진다. 서울에서 비박의 정 의원이 노골적으로 박심()을 과시한 김황식 전 국무총리를 꺾은 것이 대표적이다. 당내 친박 지도부와 청와대가 정 후보 견제를 위해 김 전 총리를 내세웠지만 현실을 무시한 무리수로 체면만 구겼다. 새누리당의 텃밭인 대구를 비롯해 17개 시도 가운데 절반이 넘는 9곳에서 비박계 후보가 선출됐다.

새정치연합도 친노(친노무현) 계와 친안(친안철수) 계의 퇴조가 뚜렷하다. 친노계 광역단체장 후보는 재선에 도전하는 안희정 충남도지사와 경남도지사 후보로 뽑힌 김경수 노무현재단 봉하사업본부장 뿐이다. 친안계는 야심적으로 내세운 김상곤 경기도지사 예비후보가 낙천함에 따라 현재로선 윤장현 광주시장 후보가 유일하다. 그나마 윤 후보가 의 일방적인 전략 공천의 후유증을 극복하고 새정치연합의 텃밭인 광주에서 살아남을 수 있을지도 미지수다.

지방선거 공천이긴 하지만 여야의 주류세력이나 다름없는 친박, 친노, 친안계가 확연하게 약세를 보인 당내 권력 구도의 변화는 의미가 가볍지 않다. 새누리당은 원내대표도 친박 핵심인 최경환 의원에서 이완구 의원으로 교체됐고 7월이면 새 대표도 선출한다. 새정치연합은 공천 후유증으로 안 대표의 입지가 흔들리는 등 심각한 내홍 기미마저 보이고 있다. 당내 권력 구도 변화는 당청() 관계와 여야 관계에도 영향을 미칠 수 있다.

세월호 사고 이후 새누리당과 새정치연합의 지지율이 동반 추락했다는 것은 정치권 전체에 대한 국민의 불신을 상징적으로 말해준다. 여야 어느 쪽이든 세월호 국회를 정쟁이나 선거에 이용한다면 오히려 역풍을 맞을 수도 있다. 조용한 선거를 치러야 하겠지만 그렇다고 지역 일꾼을 뽑는 국가대사()에 대한 관심과 참여까지 약해져서는 곤란하다. 국민은 정당의 공약과 후보들의 면면을 눈여겨 살펴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