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NYT 세월호 광고 유감

Posted May. 13, 2014 06:5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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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 뉴욕타임스(NYT)지에는 종종 한국 관련 광고가 실린다. 대기업의 상업광고가 많지만 외국인 독자들에게 한국을 알리고 주장을 전달하기 위한 의견광고도 심심치 않게 게재된다. NYT는 주로 미국인이 읽는 신문이지만 세계적인 권위지여서 홍보 효과는 미국 국경을 넘어선다. 일본 정부가 2년 전 서경덕 성신여대 객원교수와 가수 김장훈이 기획한 독도 홍보 광고에 반발하고 나선 것도 NYT의 막강한 영향력 때문이다.

서 교수는 1990년대 중반부터 외국인을 상대로 한국 홍보를 시작했다. 한글과 아리랑을 비롯한 한국의 문화와 역사, 독도와 동해에 대한 진실이 그의 NYT 광고를 통해 외국 독자들에게 전해졌다. 그는 위안부 책임을 인정하지 않는 일본을 고발하는 광고도 했다. 기업과 국민이 광고비를 보태고 배우 안성기 차인표, 야구선수 박찬호 추신수 등 유명인사들이 동참해 그를 도왔다.

일부 미국 교민이 NYT에 게재한 세월호 광고는 진실을 밝혀라. 왜 한국인은 박근혜 대통령에게 분노하는가라는 제목부터 자극적이다. 외국에서도 국가적 비극을 막지 못한 한국 정부를 비판할 수 있다. 박 대통령에게 실망하거나 분노하는 의견을 표시하는 것도 잘못은 아니다. 하지만 이 광고에는 한국 정부가 언론을 검열하고 조작한다는 것 같은 잘못된 내용이 들어있다. 명백한 사실 왜곡이다. 광고 윗부분에는 뒤집힌 세월호 그림이 들어 있다. 고국이 세월호 때문에 집단 우울증에 걸려 있다시피 한 시기에 지나치다는 생각이 든다.

지난달 방한한 버락 오바마 미국 대통령은 세월호 희생자들을 위한 묵념으로 한미 정상회담을 시작했다. 그가 어린 학생들을 추모하기 위해 전달한 목련 나무는 안산 단원고 교정에 자리를 잡았다. 미국 대통령도 이럴진대 교민의 고국 비판도 이렇게 침통한 시기에는 예를 갖춰야 한다. 고국에서 발생한 비극적 사건을 안타까워하고 비판하는 것도 좋지만 한국인들은 (박 대통령이) 민주주의를 퇴행시키고 있는 것에 분노한다는 식의 표현에는 공감하기 어렵다.

방 형 남 논설위원 hnbhang@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