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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닷물 너무 추울텐데 엄마가 왔어, 살아 있는거지

바닷물 너무 추울텐데 엄마가 왔어, 살아 있는거지

Posted April. 18, 2014 01: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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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침부터 잔뜩 찌푸린 하늘은 빗방울을 흩뿌리기 시작했다. 전남 진도 해역에서 여객선 세월호가 침몰한 지 이틀째인 17일 진도군 팽목항. 사고가 난 16일 오후 8시경 팽목항을 찾았던 200여 명의 실종자 가족들은 대부분 뜬눈으로 밤을 지새웠다.

아빠 왔어, 아빠 왔다고, 아들! 아이고 우리 민지, 엄마가 여기까지 왔다.

가족들은 바다를 향해 애타는 목소리로 자식들의 이름을 불렀다. 조금이라도 사고 현장 가까운 곳에 다가가려고 애썼다. 우리 아이가 저 추운 데 있는데 부모가 따뜻해서 뭐 하겠냐며 식사나 따뜻한 음료를 거절하는 부모들도 눈에 띄었다.

오전 7시 반경 팽목항에서는 실종자 가족 200여 명을 태운 선박이 구조작업이 진행되는 사고 해역으로 출발했다. 자리가 모자라 배에 오르지 못한 가족들은 발만 동동 구르며 떠나가는 배를 바라봤다.

해가 뜨면 곧장 구조 소식이 들릴까 기대했던 가족들은 오히려 사망자가 늘어났다는 소식을 접하자 불안한 표정을 감추지 못했다. 비바람과 거센 조류에 구조가 중단됐다는 소식에 일부 가족들은 배에 산소부터 넣어 달라 당장 배랑 헬기를 띄워 구하러 가라고 해경에 요구했다. 아이들의 생존 가능성이 페이스북, 트위터 등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 등으로 언급될 때마다 실종자 가족들의 요구는 거세졌다. 확인되지 않는 생존자 명단이 팽목항에 퍼지자 실낱같은 희망을 갖고 있던 실종자 가족들은 아이고 내 딸아, 니가 아직 살아있구나. 엄마가 왔다며 곳곳에서 울음을 터뜨렸다.

오후 1시경 실종자 가족을 태운 선박이 되돌아오자 항구의 분위기가 무거워졌다. 학부모 2명은 바다에서 시신이 떠오르는 걸 봤다며 그 자리에 주저앉아 오열했다. 빗줄기가 굵어지면서 바닷가에 앉아 있던 사람들은 대부분 텐트 안으로 자리를 옮겨 앉았지만 항구를 벗어날 생각은 아무도 하지 않았다. 실종자 전하영 양의 어머니는 마지막 통화했던 딸의 목소리가 계속 생각난다. 며칠 밤이 되더라도 계속 기다릴 것이라며 눈물을 훔쳤다.

실종자 가족들이 모여 있는 진도군실내체육관에서도 가족들의 애타는 기다림이 이어졌다. 오전 6시경 100여 명의 실종자 가족들이 추가로 팽목항으로 이동하며 체육관의 분위기는 잠시 가라앉았다. 그러나 오전 7시경 해양경찰청 관계자가 오전 5시 40분부터 20분 간격으로 총 4차례 입수한 결과 선내 진입에 실패했다는 수색 결과를 발표하자 이들은 어제부터 되는 게 하나도 없다며 답답한 마음을 드러냈다.

대책본부에서 확인된 사망자 이름을 부를 때마다 악 하는 외마디 비명이 터져 나왔다. 아들의 사망 소식을 들은 박영인 군(17)의 어머니는 충격에 몸을 가누지 못한 채 구급차를 타고 병원으로 실려 갔다.

시간이 흐르면서 실종자 가족들은 마음을 다스리려는 모습을 보였다. 경찰과 실종자 대표가 대치하자 한 학부모는 빨리 아이를 찾아야지, 싸우지 말자. 제발 대책을 강구해 보자며 흥분한 가족들을 다독였다. 조카를 잃어버린 지모 씨(47)는 조카를 잃은 나나, 여기 있는 모두가 사랑하는 사람을 잃었다며 서로를 위해 힘을 합쳤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진도=이건혁 gun@donga.com / 배준우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