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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무인기 또 청와대 날아와도 못막는다

Posted April. 03, 2014 05: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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청와대의 영공이 뚫렸다. 북한의 무인정찰기가 청와대 내부를 들여다보려 했는데도 속수무책이었다. 무인정찰기를 발전시키면 테러 목적으로 얼마든지 활용할 수 있다. 하지만 무인정찰기가 다시 날아와도 청와대에 근접하기 이전에 완벽하게 차단할 방법이 없어 대책 마련이 시급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민경욱 청와대 대변인은 2일 인천 옹진군 백령도(지난달 31일)와 경기 파주시 야산(지난달 24일)에 각각 추락한 무인항공기와 관련해 북한에서 보낸 것으로 생각하고 있다며 북한의 무인정찰기임을 사실상 확인해줬다.

이어 소형 무인항공기는 레이더로 식별이 어려운 것이 사실이라며 소형 비행체에 대한 대비책을 마련해야 한다는 생각에 중앙합동조사가 끝나는 대로 대통령국가안보실 주관으로 국방부와 합동참모본부, 수도방위사령부 등 관련 기관이 회의를 열어 대책을 발표하겠다고 말했다. 청와대가 직접 문제의 심각성을 먼저 공개한 것은 매우 이례적이다.

현재 수방사나 청와대에는 무인정찰기를 잡아낼 고도의 장비가 없어 육안으로 확인하는 것 이외에는 별다른 방법이 없는 상태다.

군도 무인정찰기 2대가 모두 북한에서 발진했을 가능성이 높다는 중간조사 결과를 발표했다.

군 관계자는 파주에서 발견된 무인항공기는 북쪽에서 서울로 날아온 뒤 다시 북으로 복귀하는 도중에 추락한 것으로 보인다며 기체 속 배터리 뒷면에 기용날자, 사용중지 날자라는 글자가 적혀 있었다고 밝혔다. 날자는 날짜의 북한식 표기법이다. 기용()이란 말은 사용을 시작한다는 의미로 남북한 모두 사용한다.

이 관계자는 기체 내 연료통에는 북한으로 복귀할 만큼 충분한 연료가 남아 있었다며 십자형 낙하산 회수장치 등 군용 무인정찰기의 특징 등을 감안할 때 북한에서 발진했을 가능성이 높다고 말했다.

국방부 관계자는 기체 내 소형 카메라에는 파주 등 경기 북부와 서울의 1.5km 상공에서 촬영된 사진들이 다수 발견됐다며 이 비행체의 청와대 근접 여부는 접근 경로가 노출될 수 있어 확인해 줄 수 없다고 밝혔다. 무인정찰기에 담긴 사진의 해상도는 1km 밖에서 줌 기능이 없는 디지털일안반사식(DSLR) 카메라로 촬영한 수준인 것으로 알려졌다.

이 관계자는 이번에 발견된 소형 무인기는 기술 수준은 낮지만 더 발전시키면 테러 목적으로 활용할 수 있어 대책 마련이 시급하다며 이번 사태를 계기로 북한의 초경량 초소형 무인비행체의 대책을 마련하는 등 군의 전반적 방공작전 체계를 보완할 방침이라고 밝혔다.

이재명 기자 egija@donga.com윤상호 군사전문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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