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갤S5가 밋밋? 검증 충분히 거쳐 자신만만

Posted April. 02, 2014 05: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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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마트폰이 기술적으로 아무리 발전해도 사람들은 스마트폰을 고를 때 디자인을 가장 먼저 본다. 이 때문에 제조사들은 비용이 많이 들어도 좋은 디자인에 집착한다.

지난달 27일 출시된 갤럭시S5에는 어떤 디자인 철학이 담겨 있을까.

삼성전자 스마트폰 디자인의 총책임자인 장동훈 부사장은 갤럭시S5의 콘셉트를 한마디로 모던 플래시(modern flash)라고 규정했다. 도시적이면서 젊은 감성을 담았다는 뜻이다.

1일 서울 삼성전자 서초사옥에서 만난 장 부사장은 갤럭시S5는 기존 갤럭시 시리즈의 통일성은 유지하면서 모던 플래시를 구현하기 위해 소재와 색상 부문에서 이전 시리즈와 차별화를 시도했다고 말했다.

이화여대 조형예술대 교수 출신인 그는 2006년 삼성전자에 합류했다. 지난해 미국 정보기술(IT) 전문지인 패스트컴퍼니가 선정한 가장 창조적인 인물 2위에 오르기도 했다.

장 부사장은 삼성전자는 매년 소비자 트렌드를 조사한 뒤 그에 맞춰 디자인 콘셉트를 정한다고 전했다. 갤럭시S3가 출시됐던 2012년은 글로벌 경기가 한껏 위축돼 있을 때라 디자인 콘셉트를 다시 인간 본연으로(Back to the human basic)라고 정하고 편안한 느낌을 강조했다.

올해는 경기회복기라 개성을 더 드러내고, 표현하고 싶어 하는 소비자들의 욕구를 고려해 갤럭시S5에 좀더 파격적인 소재와 컬러를 적용했다는 것이다. 후면에 양가죽 질감이 나는 신소재를 쓴 게 눈에 띈다. 장 부사장은 갤럭시 노트3에 사용된 가죽 느낌의 신소재가 삼성 제품의 상징처럼 됐다. 이를 계승하되 제품을 손에 쥐었을 때 더 부드러운 감촉이 나도록 쿠션감을 줬다고 소개했다. 디자인팀은 양가죽 느낌이 나는 소재를 찾기 위해 명품 가방과 구두, 옷, 시계 등 다양한 소재를 분석했고 수백 차례에 거친 질감 테스트 끝에 엠보싱 효과가 있는 소재를 찾아냈다.

삼성전자는 그동안 제품을 첫 출시할 때 주로 검은색과 흰색, 골드 등 기본 색상 위주로 출시해왔다. 이를 감안할 때 보석 그린 토파즈에서 색상을 따온 일렉트릭 블루가 포함된 것은 상당히 파격적이다.

장 부사장은 기본 색상 외에 트렌드를 이끌어갈 제3의 색상을 내놓고 싶었다며 일렉트릭 블루는 어떤 옷에도 잘 어울리면서도 너무 튀지 않아 내가 개인적으로도 가장 아끼는 색상이라고 했다. 그는 이 색상이 올해 패션업계에서도 유행하고 있다고 귀띔했다.

색상만으로는 차별화가 부족하다고 생각해 고민한 것이 후면의 무늬다. 갤럭시S5는 기존 S3, S4와 달리 후면에 미세한 구멍이 뚫린 타공 패턴을 적용했다.

장 부사장은 지난 1년간 구멍의 크기와 모양이 다른 수백 개 시안을 매일 검토했다. 시각적으로 오래 봐도 질리지 않고, 촉각적으로는 손에 닿는 느낌이 좋고 지문이 덜 묻는 디자인을 골랐다고 설명했다. 특히 갤럭시S5는 S4에 비해 가로 폭은 넓고, S3에 비해서는 평평한 편이다. 타공 패턴이 시각적 리듬감을 주기 때문에 너무 넓적해 보이지 않는 효과도 있다고 했다.

어렵게 내놓은 결과물이지만 사람들 간에 호불호가 갈린다는 말에 그는 우리가 스스로 생각했을 때 준비가 덜 된 제품을 내놨더라면 세상의 반응 하나하나에 신경이 쓰였겠지만 내부적으로 여러 차례 검증과 비판을 거쳤기 때문에 자신있다고 했다.

삼성전자가 이전 피처폰 시절처럼 더 다양하고 파격적인 디자인의 제품을 내놓을 수는 없는 건지도 궁금했다. 그는 이제 삼성전자는 더이상 개별 제품으로 승부를 보는 3, 4등 업체가 아니기 때문에 전체 브랜드의 아이덴티티를 고려하는 것이 더 중요하다고 답했다.

장 부사장은 갤럭시 시리즈의 통일된 콘셉트는 편안함과 신뢰감이라며 삼성 기어2와 기어핏 등 웨어러블 기기 역시 갤럭시S5와의 디자인 통일성을 가장 중시했다고 설명했다. 한눈에 봐도 삼성 제품이라는 걸 알아볼 수 있도록 만들었다는 의미다.

교수 출신인 장 부사장은 갤럭시S5 디자인에 몇 점을 줄까. 장 부사장은 점수는 어렵고 학점으로 한다면 A는 줄 수 있다고 말했다.

김지현 기자 jhk85@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