Go to contents

위기의 크림반도

Posted March. 01, 2014 08:58,   

ENGLISH

예이젠시테인의 영화 전함 포템킨은 1905년 러시아 혁명에 동조하는 러시아 수병들의 폭동을 다루고 있다. 당시 전함 포템킨은 우크라이나의 오데사 항에 정박하고 있었다. 1991년 옛 소련의 붕괴 이전까지만 해도 러시아 우크라이나 벨라루스를 구분하는 게 큰 의미가 없었다. 나는 파리 특파원 시절 러시아인 우크라이나인 벨라루스인을 모두 알고 지낸 적이 있는데 그들은 자기들끼리는 러시아어로 의사를 소통했다. 우크라이나를 소()러시아, 벨라루스를 백()러시아라고 부르기도 한다.

옛 소련 붕괴 이후 우크라이나와 벨라루스는 러시아에서 독립했다. 이후 두 나라에서 러시아보다는 서유럽에 접근하려는 흐름이 생겼다. 그 흐름은 우크라이나 쪽이 벨라루스보다 훨씬 더 강하다. 우크라이나에서는 우크라이나어를 쓰는 사람이 65%인 데 반해 벨라루스에서는 벨라루스어를 쓰는 사람이 11.9%에 불과하다. 그 결과가 우크라이나에서 러시아계 지지를 등에 업은 빅토르 야누코비치 전 대통령의 축출이라는 사태로 나타났다.

러시아는 슬라브 민족과 정교회의 보호자를 자처했다. 그것이 러시아가 예로부터 슬라브 문제에 개입하고 동유럽 쪽으로 영토를 확장해온 구실이다. 러시아는 지금 러시아와 가장 가까웠던 우크라이나에서조차 거부당하고 있다. 러시아가 문학과 예술에서 뛰어난 성취를 보였음에도 불구하고 러시아의 정치도덕적 가치는 불신을 받았다. 헨리 키신저는 그의 책 외교에서 미국의 가치가 미국을 비난하는 나라에서조차 받아들여진 것과 차이가 있다고 썼다.

크림반도는 우크라이나 땅이긴 하지만 러시아계가 58.5%로 절반을 넘는다. 크림반도 남단에는 러시아 흑해 함대 기지인 세바스토폴 항도 있다. 크림반도는 러시아의 영향력이 우크라이나 어느 다른 지방보다 강하다. 이곳에서 러시아계로 추정되는 괴한들이 자치공화국 의회 건물을 점거해 크림은 러시아라는 현수막을 내걸고 러시아 국기도 게양했다. 러시아가 러시아계 주민 보호를 명분으로 군대를 투입해 21세기판 크림전쟁이 벌어지지나 않을까 우려가 나온다.

송 평 인 논설위원 pisong@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