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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마트TV가 어렵다면 누가 보겠나

Posted February. 17, 2014 06:5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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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해 2월 LG전자는 미국 HP로부터 웹 운영체제(OS)를 사들였다. HP의 미국 실리콘밸리 연구소(SVL)에 소속돼 있던 100여 명의 웹OS 인력과 관련 자료를 모두 인수했다.

웹OS는 개인휴대정보기(PDA) 운영체제로 출발했다. 이 때문에 LG전자가 인수한 웹OS를 스마트폰 OS로 활용할 것이란 예측이 많았다. 하지만 11개월 만인 올해 1월 미국 라스베이거스에서 열린 가전전시회(CES)에서 LG전자는 예상 밖의 첫 작품을 내놨다. 웹OS 기반의 스마트TV였다.

LG전자는 올해 출시할 스마트TV의 70%에 웹OS를 장착할 방침이다. TV 빅 매치가 예상되는 올해의 핵심 전략으로 웹OS를 선택한 것이다.

웹OS TV는 SVL 출신의 소프트웨어 전문 개발 인력들이 LG전자의 서울 양재동 TV연구소 소속 하드웨어 개발 인력들과 합작한 프로젝트라는 데에 의미가 있다. 서로 다른 기업 문화와 연구 분야를 가진 두 회사가 융합해 내놓은 첫 작품이다.

11일 서울 여의도 LG트윈타워에서 만난 한국과 미국의 연구진은 겉으로 보기엔 스타일이 달라 보였다. 하지만 올해 LG 스마트TV의 캐치프레이즈인 Make TV simple again(TV를 다시 간편하게)에 대해서는 한목소리를 냈다.

한국 대표 백선필 TV스마트상품기획팀장은 TV를 만들어 본 적이 없는 웹OS 연구진과 일하면서 그동안 갇혀 있던 생각의 틀에서 벗어날 수 있었다고 했다.

스마트TV도 결국 TV잖아요. TV가 좋은 게 뭐예요. 소파에 편하게 드러누워서 보고 싶은 걸 볼 수 있다는 점이잖아요. 청바지 차림으로 나타난 콜린 자오 웹OS TV상품기획팀 연구원의 말이다.

웹OS팀은 2012년 LG전자 연구팀과 처음 만났을 때부터 요즘 TV는 너무 어려운 것이 문제라고 거듭 강조했다. 그동안 TV를 만들어 보지 않았던 사람들이라 업계 밖의 시각으로, 진짜 소비자 관점에서 의견을 제시한 것.

LG전자 내에서도 요즘 TV에 많게는 수백 개씩 들어 있는 기능을 제대로 활용하는 소비자가 얼마나 되겠느냐는 공감대가 형성됐다. 미국에서 일반 가정을 대상으로 조사해 보니 스마트TV를 설치하는 데에만 3시간 넘게 걸린다는 불만도 나왔다. 백 팀장은 TV의 본질로 돌아가, 쉽게 설치하고, 채널을 빠르게 바꾸고, 원하는 방송을 간편하게 찾아볼 수 있는 TV를 만들기로 했다고 했다.

사용자경험(UX)팀 아트 디렉터인 리론 다미르 연구원은 설치 과정부터 TV와 씨름하는 소비자들이 많다는 조사 결과에 따라, 친근하게 다가갈 수 있는 캐릭터부터 만들었다고 했다. 그 결과 탄생한 캐릭터가 빈버드다. TV를 사서 처음 켜면 익살스러운 표정의 빈버드가 등장해 짹짹거리며 설치를 돕는다. 총 6, 7단계의 입력만 거치면 누구나 쉽게 TV를 시작할 수 있다.

보고 있던 콘텐츠에서 다른 콘텐츠로의 전환도 간편하다. 여기에는 웹OS 특유의 멀티태스킹 기능이 힘을 발휘했다. 다미르 연구원은 방송 시청 중에도 웹페이지나 다른 콘텐츠로 화면을 멈추지 않고 바로바로 이동할 수 있도록 런처 기능을 디자인했다.

웹OS 스마트TV는 이르면 1분기(13월) 안에 한국 시장에 출시된다.

김지현 기자 jhk85@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