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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욕 블라지오시대 열리다

Posted January. 02, 2014 00:3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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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일 0시 미국 뉴욕타임스스퀘어에서 소니아 소토마요르 미국 대법관이 카운트다운과 함께 대형 볼을 떨어뜨리자 운집한 관중이 환호성으로 2014년을 맞았다.

같은 시각 1일부터 임기를 시작하는 빌 더블라지오 신임 뉴욕시장은 브루클린 자택에서 에릭 슈나이더먼 뉴욕 주 검찰총장을 앞에 두고 성경에 손을 얹은 채 취임 선서를 했다. 마이클 블룸버그 전 시장은 2001년 이후 처음으로 맨해튼 75번가 자택에서 가족들과 평온한 새해를 맞았다. 뉴욕의 주인이 12년 만에 바뀌고 더블라지오의 시대는 이렇게 시작됐다.

더블라지오 시장은 선서 직후 집 앞에 나와 우리가 함께 가야 할 길의 시작이라고 선언했다. 뉴욕 언론은 그가 자택에서 취임 선서를 한 것에 대해 뉴욕 시 5개 버로(Borough일종의 구) 가운데 맨해튼을 중시했던 블룸버그 전 시장과 확실히 선을 긋는 상징적인 의미를 지닌다고 분석했다. 그가 처음 한 공식 업무는 기존의 뉴욕 시 규정이 그대로 유지된다는 명령서에 서명하는 것이었으며 이어 9달러의 시장 등록비를 냈다.

앞서 전날 가족들과 집무실을 방문한 더블라지오 시장은 감회에 젖었다. 1991년 데이비드 딩킨스 전 뉴욕 시장의 부보좌관이었던 그가 시장 연설 담당관이었던 부인 셜레인 매크레이를 처음 만난 곳이었기 때문이다. 부인 매크레이는 이날 트위터에 모든 것은 이곳에서 시작됐다고 올렸다.

더블라지오 시장은 1일 정오 시청 앞에서 5000여 명이 운집한 가운데 공식 취임식을 갖는다. 민주당원인 빌 클린턴 전 대통령이 취임식을 주재하면서 20년 만에 민주당이 뉴욕 시장직을 탈환한 것을 축하한다. 전문가들은 신임 시장의 첫 과제는 신년 벽두 미 북동부를 강타한 눈폭풍에 효과적으로 대처하는 것과 불평등 해소를 위해 공약으로 내건 부자 증세를 어떤 방식으로 관철시킬 것이냐가 될 것이라고 내다보고 있다.

한편 지난해 12월 31일 임기의 마지막 날을 보낸 블룸버그 시장은 환호 속에 청사를 떠났다. 시민들은 악수를 하며 그동안 우리의 시장이 되어주었던 것에 감사한다고 칭송을 아끼지 않았다. 억만장자 시장으로서 지나치게 독단적이라는 비판도 있었지만 미 언론과 종교계 경제계 등은 그가 이룬 업적을 대체적으로 높게 평가했다. 범죄율을 크게 낮추고 강력한 금연정책 및 보건정책과 시민 친화적인 도시설계로 시를 탈바꿈시켰기 때문이다.

블룸버그 시장은 마지막 날 트위터를 통해 시장에 취임한 첫날(2002년 1월 1일) 가장 먼저 한 일은 911테러로 폐허가 된 세계무역센터를 들른 일이었다. 그 자리에서 나는 더 강한 뉴욕 시를 세우겠다고 맹세했고 우리는 이를 이뤘다고 자평했다.

뉴욕=박현진 특파원 witness@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