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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서 배운 의술, 고국 몽골서 꽃피울게요

한국서 배운 의술, 고국 몽골서 꽃피울게요

Posted August. 15, 2013 04:4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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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에선 모든 교수님이 친절하고 상세하게 교육해 잘 적응할 수 있었어요. 이곳은 마음껏 실험실에 남아 연구할 수 있어 자는 시간을 빼곤 매일 연구에 매달리다 보니 향수병에 시달릴 틈도 없었답니다.

개발도상국의 인재를 데려와 4년여간 학업과 생활비 전액을 지원하는 이길여 펠로십의 첫 졸업생인 몽골 출신 엥크 바이예르샤이한 씨(31여)의 소감이다. 이달 21일 졸업하는 그는 몽골로 돌아가 국립암센터에서 근무한다.

이길여 펠로십은 2008년 가천길재단 출범 50주년을 기념해 시작했다. 국내 의료환경이 열악했던 1960년대 미국에 가서 연수를 받았던 이길여 가천길재단 회장의 뜻이었다. 개발도상국에 의료봉사를 하는 것을 넘어 해당 국가의 의료인재를 길러내자는 취지였다.

이 회장은 우리보다 못한 나라의 인재들을 최고의 의사, 의과학자로 길러서 돌려보내야겠다고 생각했다며 그게 애국이자 인류의 건강과 행복에 기여하는 길이라고 당시를 돌아봤다.

재단은 개발도상국의 국립의료원 병원장들로부터 인재를 추천받았다. 치열한 경쟁률을 뚫고 엥크 씨가 첫 번째 수혜자로 선발됐다. 당시 몽골 국립암센터 종양내과 레지던트였던 그는 몽골에선 암을 조기 진단하지 못해 많은 환자들이 안타깝게 죽는다며 암 연구를 위해 외국에서 선진의술을 배우고 싶었지만 학비와 생활비를 감당할 엄두가 안 났다고 말했다.

엥크 씨는 재단을 통해 연간 1000만 원에 이르는 학비와 생활비 월 130만 원, 연구 재료비 약 5억 원을 지원받았다. 한국에 4년 반 동안 머물면서 가천의과대에서 분자의학을 전공하며 석박사학위를 땄다. 이길여 암당뇨연구원에서 지도교수인 이봉희 유전단백체센터장의 도움을 받아 총 6편의 SCI급 논문에 공동연구자로 이름을 올리기도 했다. 국립암센터로부터 6억 원을 지원받아 공동 연구한 결과를 토대로 졸업논문도 제출했다.

그의 영향을 받아 여동생 델기르 바이예르샤이한 씨(23)도 한국에 와서 지난해 8월부터 석사과정을 밟고 있다. 가천대 의학전문대학원은 기초의학을 공부하면 전액 장학금을 준다. 동생은 학비는 무료로, 생활비는 이길여 암당뇨연구원에서 연구보조원으로 받는 수당을 통해 해결한다.

엥크 씨의 또 다른 지도교수인 변경희 가천대 의학전문대학원 교수는 많은 몽골 의사들이 한국을 방문할 때마다 엥크 씨에게 연락해 학회 발표 등을 부탁한다며 떠나보내기 아쉬울 정도의 인재인 만큼 앞으로 몽골 의학계의 큰 인물이 될 것이라며 기대감을 보였다.

몽골 국립암센터는 앞으로 분자병리실이라는 실험실을 열어 엥크 씨에게 맡긴다. 한국에서 배운 우수한 지식을 활용해 몽골의 의료기술을 한 단계 높여 달라는 요청이 담긴 지원인 셈이다.

엥크 씨는 언젠가 대학에서 학생들을 가르칠 때 한국의 연구기술이 얼마나 앞섰는지 꼭 알리겠다며 더 많은 몽골 학생이 한국에서 공부할 기회를 얻었으면 좋겠다면서 밝게 웃었다.인천=이샘물 기자 evey@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