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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두환 씨 장남, 페이퍼 컴퍼니 왜 만들었나

전두환 씨 장남, 페이퍼 컴퍼니 왜 만들었나

Posted June. 04, 2013 02: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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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두환 전 대통령의 장남 전재국 씨가 조세피난처에 페이퍼컴퍼니를 설립한 사실이 밝혀졌다. 인터넷언론 뉴스타파에 따르면 전 씨는 2004년 7월 28일 단독 등기이사로 영국령 버진아일랜드에 블루 아도니스라는 페이퍼컴퍼니를 세웠다. 이 회사는 자본금 5만 달러짜리 회사로 등록됐지만 실제로는 1달러짜리 주식 1주만 발행한 전형적인 페이퍼컴퍼니다.

애초 전 씨는 이 회사 이름으로 2004년 9월 22일까지 아랍은행 싱가포르 지점에 계좌를 만들 계획이었다. 하지만 계좌 개설에 필요한 공증 서류가 버진아일랜드에서 싱가포르로 배송되는 과정에서 분실됐다. 이에 전재국 씨의 은행계좌에 있던 돈이 모두 잠겼고 전 씨가 진노했다는 내용의 이메일도 발견됐다고 한다. 전 씨가 모종의 계좌에 거액 비자금을 보유했으며, 이를 급히 비밀계좌로 옮길 필요가 있었음을 추정케 하는 대목이다.

페이퍼컴퍼니의 설립 자체는 불법이 아니다. 그러나 출판업체 시공사를 경영하는 전 씨가 무슨 용도로 페이퍼컴퍼니를 세웠는지는 이해하기 힘들다. 페이퍼컴퍼니가 세워지기 5개월 전인 2004년 2월은 그의 동생 전재용 씨에 대한 검찰 수사에서 전 전 대통령의 비자금 가운데 73억 원이 재용 씨에게 흘러들어간 사실이 확인된 시점이다. 이 페이퍼컴퍼니는 여러 정황 상 전 전 대통령의 불법 비자금과 연결됐을 개연성이 있다.

전 전 대통령은 재임 시절에 2000억 원대 비자금을 축재한 혐의로 1997년 대법원에서 추징금 2205억 원을 선고받았으나 현재 1672억 원을 내지 않고 있다. 그는 2003년 예금 29만 원이 전 재산이라고 뻔뻔스런 거짓말을 했지만 이듬해 숨겨 뒀던 서울 강남의 땅 51평이 발견돼 압류됐다. 검찰은 최근 그의 은닉 재산을 찾아내고 미납 추징금을 징수하기 위해 서울중앙지검에 전담팀을 꾸렸다. 하지만 10월 10일까지 은닉재산을 찾아내지 못하면 시효의 완성으로 더 이상 받아낼 방법이 없다.

대통령이 불법 정치자금을 주무르던 잘못된 역사를 그냥 덮고 가면 안 된다. 검찰과 국세청은 페이퍼컴퍼니의 용도가 무엇인지, 입금하려 했던 돈은 어디에 있던 무슨 돈인지 낱낱이 밝혀야 한다. 앞서 전 씨 부자가 관련 사실을 스스로 고해하는 것이 옳다. 숨겨 둔 재산이 있다면 1원도 남기지 말고 내놓는 속죄의 모습을 보여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