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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설] 우리는 위기를 진정 위기로 느끼고 못하고 있다

[사설] 우리는 위기를 진정 위기로 느끼고 못하고 있다

Posted March. 09, 2013 01: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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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한이 거의 매일 강도를 높이며 도발의 북소리를 울리고 있다. 조선인민군 최고사령부, 외무성, 조국평화통일위원회, 노동신문을 동원해 제2의 조선전쟁 서울과 워싱턴 불바다 핵 선제타격권리 행사 남북 불가침합의 전면폐지 핵 장착 미사일 대기 등 극악한 협박을 쏟아내고 있다. 최고 지도자 김정은의 행보다. 그는 그제 서해의 최전방 기지인 무도와 장재도를 방문해 우리 식의 전면전을 개시할 만단의 준비가 돼있다고 큰소리쳤다.

무도와 장재도는 연평도에서 11km 가량 떨어져 있다. 무도는 2010년 3월26일 방사포와 해안포로 연평도를 포격한 도발원점이다. 김정은은 연평도 포격전은 정전 이후 가장 통쾌한 싸움이라고 주장하며 적진을 아예 벌초해 버리라고 막말을 했다. 북한은 이례적으로 김정은의 시찰 시간을 7일 새벽이라고 보도했다. 최고 지도자가 유엔 안보리 제재 채택 직전에 최전선을 찾았다는 사실을 공개해 협박이 빈말이 아님을 과시한 것이다. 김정은의 지휘로 북한이 무력도발 준비에 광분하고 있다고 판단하기에 족한 위기상황이다.

북한은 도발을 저지른 뒤 제재가 시행되면 추가도발로 맞서는 행태를 반복했다. 어제 유엔 안보리가 채택한 결의 2094호도 북한이 경고를 무시하고 장거리 로켓 발사와 3차 핵실험을 실시해 자초한 것이다.

구체적인 도발 징후도 포착된다. 북한은 다음주부터 강원도 원산 인근에서 육해공군 대규모 화력 훈련을 하면서 전국적으로 병력과 무기 기동훈련을 할 준비를 하고 있다. 서해 북방한계선(NLL)에 인접한 북한 4군단 포병부대들은 수도권을 겨냥한 모의사격 훈련을 크게 늘린 것으로 알려졌다.

박근혜 대통령은 어제 육해공군장교 합동임관식에 참석해 안보상황이 매우 위중하다고 강조했다. 국방부 대변인은 북한이 핵무기로 공격한다면 대한민국은 물론이고 인류의 의지로 김정은 정권은 지구상에서 소멸될 것이라고 경고했다. 그러나 우리의 실질적 대응은 너무 한가하다. 어제 새 정부 들어 처음으로 외교안보정책점검회의가 열렸지만 참석자는 모조리 차관급이었다. 국가가 안보위기에 직면했지만 외교안보 컨트롤타워인 국가안보실장과 외교안보부처 장관들은 보이지 않는다. 박 대통령과 국회는 말로는 위중하다고 하면서도 외교안보부처의 사령탑 부재()를 방치하고 있다. 국회문방위 소속 의원 7명은 내 알바 아니라는 듯 유유히 유럽 외유를 즐겼다.

북한이 도발을 한다면 강력하게 응징해야 한다. 남북의 충돌 대신 북한이 도발을 포기하도록 억제할 수 있다면 우리는 그 길을 선택해야 한다. 김정은의 도발 위협에 안이하게 대응하는 남한 지도부를 보면서 북한은 기습도발 하면 성공할 것이라는 오판을 할 수도 있다. 우리의 대응이 부실할수록 북한이 도발을 감행할 가능성은 커진다. 대통령과 정부, 국회가 한마음으로 비상하게 대응해야 북한의 도발을 막을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