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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피니언] 대통령과 퍼스트 도그

Posted February. 27, 2013 09:3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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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소: 미국 워싱턴DC의 펜실베이니아 애버뉴 1600번지. 하루 일과: 물샐틈없는 보안을 자랑하는 널찍한 집과 사무실을 마음대로 휘젓고 다니는 일. 심심하면 가끔 정원을 산책하거나 텃밭에 자라는 유기농 토마토 따 먹기. 직업상 장점과 단점: 휴가 때마다 전용기를 타고 이름난 휴양지를 찾는 것. 그 대신 대중의 관심과 인기를 한 몸에 받기에 사소한 실수나 사건도 죄다 언론에 노출되는 등 사생활 보호를 기대하기 어려움.

주인공은 지금 백악관에서 생활하는 포르투갈 워터도그 혈통의 강아지 보(Bo)이다. 대통령 가족을 퍼스트 패밀리, 대통령 부인을 퍼스트레이디라고 표현하듯, 보는 대통령의 애완견이란 의미로 퍼스트 도그(first dog)로 불린다. 권력을 쥐는 대가로 고립된 삶을 살아야 하는 역대 대통령들은 강아지를 곁에 두고 외로운 마음을 의지했다. 퍼스트 도그: 미국 대통령과 그들의 가장 친한 친구들이란 책에 따르면 역대 대통령 중 절반 이상이 재임 중 애완견을 길렀다. 애완견은 대통령에게 정서적 안정감만 주는 게 아니다. 막강한 힘을 지닌 최고 통치자를 친근하고 인간미 넘치는 사람으로 보이게 하는 이미지 메이커의 역할도 훌륭하게 해낸다.

32대 프랭클린 루스벨트 대통령의 애완견 사랑은 각별했다. 그는 평소 나를 욕해도 좋고 아내인 엘리너를 욕해도 좋지만 애견인 팔라만은 욕하지 말라고 말했다. 팔라는 루스벨트 기념관에 동상으로 남아 여전히 주인 곁을 지키고 있다. 41대 대통령 조지 부시의 개 밀리는 역사상 가장 많은 자선기금을 모은 개로 기록된다. 바버라 부시 여사가 쓴 밀리의 책이 부시 자서전보다 더 많이 팔린 덕분이다. 빌 클린턴 대통령이 키웠던 버디의 생애는 위키피디아에까지 올라 있다. 한국에선 김대중 대통령이 북한에서 선물받은 풍산개 우리 두리, 노무현 대통령이 키우던 누리, 이명박 대통령이 아낀다는 진도개 청돌이 등이 퍼스트 도그의 계보를 이어 왔다.

어제 청와대에 새로운 퍼스트 도그가 입성했다. 박근혜 대통령이 서울 삼성동 사저를 떠날 때 이웃들이 선물한 생후 2개월 된 진도개 한 쌍이다. 강아지를 품에 안고 밝게 웃는 대통령 얼굴이 참 편안해 보였다. 1970년대 청와대에서 키웠던 방울이, 동생 지만 씨가 선물한 진도개 봉달이 봉숙이 등 새 대통령의 강아지 사랑은 남다른 것으로 소문나 있다. 요즘에는 사람과 더불어 사는 개를 반려견이라고 부른다. 묵묵히 주인 말을 들어주고, 곁을 지키는 삶의 동반자란 뜻이다. 혼자 사는 대통령이 외롭고 힘들 때마다 강아지들이 잠깐이나마 여유와 행복을 선사해 주는 든든한 가족이 되어 주면 좋겠다.

고 미 석 논설위원 mskoh119@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