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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피니언] 식민종주국 프랑스의 그림자

Posted January. 19, 2013 01:4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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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랑스의 말리 내전 개입 여파로 알제리에서 인질극이 벌어져 무고한 외국인들이 희생됐다. 얽히고설킨 국제관계 때문에 엉뚱한 국가의 민간인들이 횡액을 당했다. 불행의 단초는 프랑스와 알제리의 뿌리 깊은 악연에서 시작된다. 알제리의 극단 이슬람 세력은 식민종주국이던 프랑스를 상대로 오래전부터 납치와 폭탄테러를 벌였다. 이번에 인질극을 벌인 마스크를 쓴 여단은 말리 반군을 폭격하도록 프랑스 전투기에 영공을 열어준 알제리 정부를 비난하며 천연가스 생산시설에 난입했다.

1994년 12월 24일 알제리의 이슬람 과격단체 GIA 소속 테러범 4명이 에어프랑스 여객기를 납치했다. 범인들은 승객과 승무원 232명을 인질로 잡고 프랑스에 수감돼 있는 동료들의 석방을 요구했다. 협상에 들어간 프랑스 정부는 여객기를 마르세유 공항으로 유도했다. 이틀 뒤 프랑스의 테러진압 특수부대 GIGN 요원들이 번개처럼 여객기에 진입해 테러범들을 사살하고 인질들을 구출했다. 17분간의 작전은 TV로 생중계됐고 2010년 영화 어썰트로 만들어졌다. 세계적인 성공 사례로 꼽히는 완벽한 인질구출 작전이었지만 프랑스인의 가슴에는 이슬람 과격단체의 테러에 대한 공포가 트라우마(정신적 외상)로 남았다.

프랑스는 1830년부터 132년 동안 알제리를 지배했다. 알제리는 식민지배에 상당한 적대감을 갖고 있지만 프랑스 문화는 적극 수용하고 있다. 프랑스에 거주하는 100만 명 이상의 자국 노동자의 송금이 알제리의 중요한 외화 수입원이다. 프랑스인들의 식민지배에 대한 반성도 솔직하다. 니콜라 사르코지 전 대통령은 재임 시절인 2007년 알제리를 방문해 프랑스의 식민지배는 극도로 부당한 것이었으며 자유 평등 박애라는 프랑스 건국이념과도 배치된다며 직접화법으로 사과했다. 프랑수아 올랑드 현 대통령도 지난해 불공정하고 야만스러운 식민지배가 알제리 국민을 괴롭혔다며 머리를 숙였다. 그러나 워낙 점령기간이 길었던 탓에 아직도 프랑스를 용서하지 않는 알제리인이 많다. GIA와 마스크를 쓴 여단은 적대감을 테러로 표현하는 대표적인 과격단체다.

말리도 프랑스의 식민지로 있다가 1960년 독립했다. 프랑스는 말리 정부의 요청을 받아들여 군사개입을 시작했으나 알제리 테러단체까지 끼어들어 상황이 복잡해졌다. 말리 반군들은 프랑스가 지옥의 문에 들어섰다며 결사항전을 다짐하고 있다. GIA는 에어프랑스기 납치사건 이후 1995년 파리 시내에서 8차례의 폭탄테러를 감행해 프랑스인들을 공포에 떨게 했다. 마스크를 쓴 여단의 테러도 한 번으로 끝나지 않을 가능성이 크다. 올랑드 대통령이 공연히 벌집을 건드렸다며 후회하는 날이 올지도 모르겠다.

방 형 남 논설위원 hnbhang@donga.com